[기자수첩] SKB, 넷플릭스와 당당한 경쟁을 위해 장점 극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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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KB, 넷플릭스와 당당한 경쟁을 위해 장점 극대화해야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8.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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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산업부 기자
정두용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고립’ 위기에 빠졌다. 인터넷(IP)TV 업체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지 않았다. 넷플릭스와 일찍부터 독점제휴를 맺었던 LG유플러스나 최근 합류한 KT와 차별된 행보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은 SK브로드밴드뿐”이라는 말을 경쟁사 직원에게 들었다. 기자 앞에서 경쟁사를 치켜세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는 것이 그만큼 업계에 필요한 일이란 뜻일 터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추후 외산 기업과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정해질 수 있는 주요한 사안이다. 이 분쟁은 넷플릭스 스트리밍 영상이 고화질로 바뀌고 국내 이용자 급증으로 트래픽 병목현상이 나타나며 불거졌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이 부담에 함께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국내 사업자들은 넷플릭스가 거부한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연간 약 700억원, 300억원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업자다. 국내 망은 한국을 ‘인터넷 강국’이란 별칭을 만들어 줬을 만큼 품질이 높다. 넷플릭스는 이 덕분에 망에 서비스만 얹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고품질 망은 SK브로드밴드 같은 국내 인터넷통신사업자(ISP)들이 수년에 걸쳐 구축한 성과다.

KT·LG유플러스도 ISP를 운영하고 있지만 IPTV 사업을 택했다. 망 이용료를 적극 주장할 수 있는 입이 이제 SK브로드밴드밖에 남지 않았다. 플랫폼을 좌지우지하는 콘텐츠 파워에 결국 무릎을 꿇은 셈이다.

“넷플릭스와의 제휴는 신규 고객확보가 아닌 이탈을 막기 위한 기본조건”이란 말이 나온다. SK브로드밴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야기된 결과라도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빼든 카드는 ‘고객 우선’이다. ‘러블리 B tv’을 내걸고 서비스 개편을 진행 중이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국내 최고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단 포부다.

방향성엔 동감하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엔 아쉬움이 남는다. 요금제 개편에 주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보강은 ‘키즈’에 한정된다. 사용자 환경·경험(UI·UX) 개편은 기본이지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고객 우선 가치를 담았다는 오션(OCEAN) 영화 월정액 서비스도 결국 ‘B tv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넷플릭스 방식(무제한 시청)’으로 이용하는 데 그친다. 넷플릭스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B tv에서만 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도 아쉬운 대목이다.

근본 원인 해결은 빠졌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넷플릭스 제휴 불가 약점은 결국 콘텐츠다. 넷플릭스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 요금제를 아무리 만져도 이 공간은 채워지질 않는다. 넷플릭스 열풍이 키즈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손해를 감수하고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세웠다. 경쟁사가 택한 쉬운 길보다 옳은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사업자가 넷플릭스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대형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 힘들다는 점은 잘 안다. 그러나 이왕 어려운 길을 택한 만큼 고객 우선 가치 실현에서도 보다 나은 성과를 이루길 바란다. 그래야 ‘국내 산업 보호’와 ‘사랑받는 플랫폼’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담당업무 :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취재합니다. 이동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콘텐츠 소식을 알기 쉽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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