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사다망’ 배달원의 안녕은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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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사다망’ 배달원의 안녕은 우리가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8.09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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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부 김아라 기자.
유통중기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있으랴마는, 그동안의 ‘다사다난’(多事多難)은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역대급 전염병과 역대급 장마로 올해는 하루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올해 초부터 전 세계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현재까지 국내만 1만459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305명이 숨졌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환자는 1936만3465명, 사망자는 72만1018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역대급 최장 장마로 모두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아직 태풍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 지난 한 해 풍수해 인명피해 17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1년 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9년 만에 최악의 사태다.

심란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쿠팡 로켓와우로 쇼핑을 하고 야식을 시켰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서 가족과 지인에게 “잘 지내나요?” “어디 나가지 마세요” “조심하세요” 연락을 보냈다. 이후 출근길 걱정을 하던 순간 ‘아차’ 싶었다.

내 가족과 지인의 건강과 안녕은 중요시하면서, 배달원 역시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고 무엇보다 내 물건과 음식을 전달해주려는 사람인데 정작 그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나의 이기적인 모습에 정말 미안했다.

생필품 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구매를 취소했다. 장마철 끝나고 사도 무방하니까…. 또, 늘 ‘문 앞에 두시고 문자 주세요.’라고 적었던 배송 메시지에는 ‘고생이 많으세요. 안전하게 와주세요. 감사합니다.’로 바꿨다. 야식 전달해줄 배송 기사에게도 “비 오니 천천히 와주셔도 됩니다”고 전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하는 배달원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과 시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다사다망한 하루를 보낸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폭우로 전국 배송 물량은 30~40% 이상 급증했으며, 배달음식 주문 또한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겁나고 힘들다고 거부할 수도 없다. 아파도 병가를 내기 어렵다.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고, 물량을 줄이면 그만큼 수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에겐 배송 시간이 곧 생명이다. 게다가 비가 와서 본인 몸이 젖더라도 택배나 배달음식은 젖지 말아야 한다.

배달원 수는 갈수록 급증하지만,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은 턱없이 부족하다. 배달원도 이를 모르고 일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와 나눔이 이들에겐 큰 행복일 수 있다. 급하지 않은 물건은 새벽 배송 등 피하기, 감사함을 표하는 메시지라든지 음료나 간식 문 앞에 두기 등….

우리가 편리할수록 그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희생한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당장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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