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늪에 빠진 항공업계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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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늪에 빠진 항공업계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7.30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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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봉쇄 조치 반년 넘게 지속…2분기 국제선 여객수 98%↓
국제항공운송협회 “전 세계 항공 수요 2024년에야 회복 가능”
인천국제공항에 멈춰선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멈춰선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 각국의 봉쇄조치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보릿고개에 직면한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자 기존 전망을 수정, 글로벌 항공 수요 회복 시점을 1년 뒤인 2024년으로 미뤘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적항공사 9곳의 국제선 여객수는 32만8348명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97.8% 급감했다. 

국제선 운항률이 20% 안팎에 그친 대한항공의 2분기 국제선 여객수는 19만458명으로, 1년 전보다 96.2%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2분기 348만9554명에서 올해 2분기 12만574명으로 96.5% 줄었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국제선 정기편을 운항한 제주항공 역시 2분기 국제선 여객수가 1만3127명으로 1년 전보다 99.3% 급감했다. 

◇대형사부터 저비용항공사까지 생존에 ’안간힘’

항공사들은 매출과 직결되는 국제선 여객 수요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자 매달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충당하기 위해 화물과 국내선 운항 등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여객기 좌석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특별 포장된 가방인 카고시트백을 장착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현재는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보잉 777-300ER 등 일부 여객기의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을 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여객기 운항 감소로 증가한 국제 항공화물 초과수요에 대응하고자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벨리 카고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LCC들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경쟁적으로 국내선 증편 및 신규 취항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최근 양양공항에 신규 취항했다. 여수공항에도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운항 중이다. 진에어의 경우, 오는 31일 포항공항 신규 취항 이후에는 총 13개의 국내선 네트워크를 운영하게 된다.

◇업계 재편도 무산…제2의 이스타항공 나온다 

하지만 항공사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보릿고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까지 최소 2~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5월 글로벌 항공 수요가 2023년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 전망했으나, 최근 기존 전망을 1년 후인 2024년으로 수정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항공업계 재편 작업마저 무산되며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는 끝내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결국 양해각서를 맺은지 7개월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이스타항공 인수전이 ‘노딜’로 끝나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도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은 M&A 선결 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를 모두 마무리 지었지만, 매각 작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근에는 HDC현산이 돌연 아시아나항공의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이를 놓고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팽팽한 줄다리를 벌이고 있다. 금호산업은 이날 재실사를 요구하고 나선 HDC현대산업개발에 “이미 영업·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 발 대량 실직과 파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마저 중단될 경우, LCC업계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LCC들은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고용유지지원금은 1년에 최장 180일까지 받을 수 있어 오는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차례대로 지원금 지급이 만료된다. 직원 휴직 수당의 4분의 3 이상을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항공사들은 지원금이 끊기면 전 직원 무급휴직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재 7개 LCC의 전체 직원 규모는 약 1만1000여명에 달한다. LCC들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자금여력도 상실한 상태다.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이스타항공처럼 파산 수순을 밟게 될 LCC가 추가로 발생 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은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추진해온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실패했다. 티웨이홀딩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종속회사 티웨이항공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 중단은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58.32%)의 청약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티웨이홀딩스의 청약 참여율은 25.61%로 우리사주조합(56.69%), 일반 구주주(86.67%)에 미치지 못했다.

◇날갯짓 하려는 신생 LCC, 연내 취항 ‘빨간불’

상황이 이렇다보니 날개짓을 하려는 신생 LCC들의 연내 취항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3월 신규항공면허를 발급 받은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첫 취항을 준비 중이다. 

청주를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지난 2월 1호기를 도입했고, 최근 항공운항증명(AOC)을 받기 위한 조건인 50시간 이상 시범 비행을 마쳤다. 회사는 AOC가 발급되면 오는 8월 첫 취항에 나선 후, 연말 2~3호기를 도입해 일본과 대만 등 국제선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를 지향하는 에어프레미아는 아직 항공기를 들여오지 못했지만, 항공기가 도입되면 곧바로 AOC를 받아 운항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에어프레미아의 1호기 도입은  오는 9월 말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존 LCC들도 유동성 위기에 처한 만큼 이들이 운항에 나서게 되면 취항과 동시에 생존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신생 LCC 중 가장 먼저 취항에 나선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국제선 탑승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 및 임원 급여 반납 등의 자구책을 시행 중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항공사들도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신생 LCC들이 항공기 도입 및 취항 시기를 미룰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면서 “취항에 나선다고 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결국 파산 수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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