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당의 ‘아전인수’식 검찰 수사심의위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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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주당의 ‘아전인수’식 검찰 수사심의위 죽이기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7.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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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최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정치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18명과 경실련, 참여연대 등 10여개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라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수사중단 권고를 수용하지 말고 기소할 것을 검찰에 요구한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1년 7개월 동안 검찰이 방대하게 수사한 내용과 20만장이 넘는 수사 기록 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반나절 만에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도 “1년 7개월간의 수사가 9시간 동안의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당시 현안위원회 위원 구성의 타당성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사심의위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불기소·수사중단을 권고하자 민주당을 중심으로 2차 공세가 시작됐다. 김부겸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공정성 제고 방안 마련과 함께, 법을 개정하겠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의원도 수사심의위에 대해 “목적과 역할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검찰이 앞서 8건의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수용하는 동안 수사심의위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주당 내 목소리는 딱히 없었다. 법조계에서 “특정 사안의 결과가 나온 뒤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검찰에 대한 여권의 압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권이 검찰에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이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다. 따르지 않아도 될 권고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번에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한다면 앞으로 검찰은 ‘아전인수’처럼 자신들의 편의대로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오랜 기간 자신들의 막강한 권력을 조직 논리에 따라 자의적으로 남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수사 공정성 제고를 위해 만든 제도가 수사심의위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제1조는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사실 수사심의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적극 권장한 제도다. 법무부는 지난 1월 전국 검찰청에 “부장회의 등 내부 협의체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 활용해달라”는 공문을 시달한 바 있다.

정치권의 압박에 굴복해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는 것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외부에 의해 ‘개혁돼야 할 대상’임을 시인하는 것과 같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해 불기소 결단을 내려 스스로 검찰 개혁의 ‘주체’임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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