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 단 빅테크…대출·예금 빼고 빗장 다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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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단 빅테크…대출·예금 빼고 빗장 다 풀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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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사라진 후불결제...카드사들 "동일한 건전성 규제 있어야"
보험업 무임승차도 논란...금융권 "이러다 포털에 종속될 수도"
빅테크의 금융진출 장벽이 계속 허물어지면서 기존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테크의 금융진출 장벽이 계속 허물어지면서 기존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빗장 해제가 있따르자 은행, 카드, 보험사 등 기존 금융권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규모가 작은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하던 것과는 위기감의 무게가 다르다. 

빅테크 기업들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조직력과 자금력을 앞세워 금융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금융사들도 결국 이들에게 종속될 거라는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6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안은 이같은 위기론에 불을 붙였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간편결제사업자에 소액 후불결제 기능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당국의 안은 우선 직접적으로 기존 카드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대형정보통신 기업)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는 기존 은행이나 카드사의 신용대출 등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라이선스없이 은행이나 카드업에 진출한 것과 같다. 특히 거대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천문학적인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기존 금융회사 고객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간편결제업체들에 소액 후불결제 기능을 부여한 것이 카드사의 후불결제와는 다르다고 해명한다. 신용카드는 상품값을 추후에 내는 방식이지만, 간편결제는 대금결제업자의 충전금과 결제액간 차액(대금부족분)에 한해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신용카드와 달리 할부나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현금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든다.

현행 간편결제는 선불충전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물건값을 결제하면 충전한 잔액 내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방식으로, 충전 잔액이 부족하면 결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간편결제 업체들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진다. 신용카드처럼 먼저 결제하고 사후에 돈을 입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금융사가 아닌 간편결제업체들에 신용공여(신용을 통해 돈을 빌려주는 행위) 기능을 부여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반발한다.

간편결제업체가 여신전문금융사만큼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공여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을 확보하고 신용카드업 라이선스(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반면 간편결제사업자의 등록 허가기준 자본금은 20억원에 불과하다.

간편결제업체의 소액 후불결제 한도를 최대 30만원으로 정한 방침과 관련해서도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달에 50만원 이상의 물건값을 카드 결제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게 카드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빅테크의 공세 수위가 가장 높은 곳은 보험시장도 마찬가지다. 설계사들이 가져가던 막대한 수수료에 빅테크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전방위 진출이 활발하다. 카카오는 보험대리점업 진출에 이어 보험사 설립을 준비 중이고, 네이버는 현재 공짜인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 유료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금융업 직접 진출이 아닌 제휴 형식으로 각종 금융 규제를 피해가려는 네이버에 대한 불만이 높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장기상품이고 고객이 낸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특성상 당국의 규제가 가장 많다”며 “빅테크는 이런 규제를 하나도 받지 않은 체 수수료만 챙겨가는 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카드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들도 우려가 크다. 우선 내달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 대한 불만이 남아있다. 이 제도는 금융 사업자들이 고객 동의만 얻으면 각종 금융정보(계좌정보, 대출 여부, 주소, 연령대 등)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각종 금융정보(계좌정보, 대출 여부, 주소, 연령대 등)를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들과 공유하게 되는데, 빅테크들은 일부만 개방하는 것에 대한 성토가 잇따른다.

한편 금융지주들은 빅테크의 공습과 달라질 금융시장 변화에 맞서 대응태세에 나섰다. 최근엔 일제히 디지털뉴딜에 수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며 빅테크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내부 디지털 역량 강화로는 한계가 있는만큼 핀테크사를 중심으로 한 M&A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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