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져요' 진심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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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져요' 진심이 궁금하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7.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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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2015년 부동산 재벌로 유명세를 떨친 미국 억만장자가 15년 전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뒤늦게 체포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다큐멘터리 인터뷰 촬영 직후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내가 다 죽였지"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이 말이 녹음돼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고 한다.

전혀 다른 사안이지만 한국에서도 '켜진 마이크'가 대형사고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최근 MBC '100분 토론' 직후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져요. 부동산이 뭐 이게 어제오늘 일입니까"라고 말해 문재인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그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여권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경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이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도 지냈다. 게다가 현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진 의원의 발언 이후 상임위 변경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진 의원은 이 같은 요구에 "이번 일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견결히 고수해 나가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집값 하락의 공포를 불러일으켜 정부의 투기 규제 정책을 발목 잡으려는 것에 대해서 가볍게 반박한 것이다. 이런 정도 정책을 써서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아주 냉엄한 현실 인식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이라기엔 너무 궁색하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진 의원의 발언은 그대로 야당에 공세 거리를 제공했다. 미래통합당은 비대위 회의실 배경 문구를 진 의원의 해당 발언으로 장식했고, 그 백드롭 앞에서 진 의원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은 "현직 여당 의원, 그것도 국토위원이 저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니 토론 내내 했던 말은 립서비스였나 생각이 들었다"고 공격했다. 진 의원이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다" "불순한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박했지만 통합당의 공세가 멈출 것 같지는 않다.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보여준 오락가락 행보는 진 의원 발언과 오버랩되며 국민적 불신을 더 키우고 말았다. 세간에서는 '이제 더 이상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다'는 2030의 좌절이 넘쳐난다. 4050 사이에서는 '투자'라는 이름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신뢰를 잃은 정책은 아무리 좋아도 동력을 얻을 수 없다. 국민 앞에 진심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정부와 여당에게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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