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하는 정부, 버티는 다주택자… 대책 비웃듯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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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하는 정부, 버티는 다주택자… 대책 비웃듯 줄다리기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7.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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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추가 대책에도 집 안내놔…집값 상승 기대감 여전
서울 아파트값 6주 연속 상승…보유세도 감당 가능 수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가 6·17대책에 이어 7·10대책을 불과 3주 만에 발표했다. 이는 ‘집값 안정화’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는 것과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언제든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작 모든 대책의 당사자인 다주택자들은 여전히 느긋한 모습이다. 다주택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2~3채 보유한 이들은 늘어나는 세 부담이 거의 없고 가격 상승 기대감은 높기 때문. 이렇다 보니 정부와 다주택자들의 줄다리기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 강서구에서 만난 김 모 씨(46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 마곡동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4채를 사들였다는 김 씨는 “최근 2년여간 1채당 6000만~7000만원씩 올랐다”면서 등록임대사업자를 자진 말소하고 시세 차익을 거둘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다만 오피스텔을 당장 처분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다 보니 앞으로 오피스텔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시장 동향을 지켜볼 계획이다. 매각 시기는 하락할 기미가 보일 때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건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인상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에서 자유로운 셈이다. 올해 그가 낸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는 100만원 남짓으로 내년에도 큰 변화가 없다.

국토교통부에선 7·10대책으로 임대사업자 자격이 자동 말소되거나 자진 말소하는 경우 내년 6월 전까지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기도 하다.

더욱이 서울의 아파트값은 지난 13일 기준 6주 연속 상승 중인 데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 대부분 하반기에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김 씨의 막연한 바람은 확신으로 굳어가는 모양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 조짐이 나타나면 정부가 추가적인 대책을 예고하고 있어 하반기 주택시장의 방향성은 유동적일 것이다”면서도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다주택자인 표 모(39세)씨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현재 전세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가양동에 3억원 대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 세무사에게 문의한 결과 내년 보유세는 200여 만원으로 올해보다 약 2배 오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2014년과 2016년 1억원 후반대에 매입한 아파트 가격 역시 약 2배 올랐다. 거래는 거의 없지만 여전히 호가는 상승 중이다. 그는 양도세 중과를 고려, 가장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표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뛴 소형‧저가 아파트는 앞으로 1~2년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 “아직 세 부담에 굳이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종부세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종부세가 1억원대까지 오른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이에 해당하는 다주택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종부세를 더 세분화해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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