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겨냥한 부동산 규제에 세입자만 떠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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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겨냥한 부동산 규제에 세입자만 떠밀렸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0.07.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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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 ‘레이크팰리스’ 전용 84㎡형 전셋값 2억8천만원 급등
부동산 대책 거치며 매물 실종…보유세 부담 세입자에게 전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6·17 부동산 대책과 7·10 부동산 추가 대책을 거치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을 앞두자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규제가 되려 세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소재 ‘레이크팰리스’는 전용면적 84㎡형이 지난 15일 11억3000만원(16층)에 전세 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8억5000만원(19층)에 전세 계약된 바 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롯데캐슬골든포레’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 전용 59㎡형은 같은 날 5억8000만원(12층)에 전세 계약을 마쳤다. 지난달 동일한 주택형의 전셋값이 4억8000만(11층)~5억3000만원(5층)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대 1억원이 상승한 셈이다.

전셋값이 치솟지만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실거주 요건이 강화된 탓이다. 앞으로 재건축 조합원은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기 위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이로 인해 계약기간이 남았는 데도 이사비를 내준다는 조건으로 집을 비워 달라는 집주인도 생겼다.

대표적인 예로는 전체 4442가구 중 3000여 가구가 전·월세 세입자인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들 수 있다. ‘은마아파트’는 몇 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합설립인가를 받지못해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와 무관한 단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실무기획단 회의에서 ‘은마아파트’와 같이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는 단지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은마아파트’ 집주인이 거주기간을 채우기 위해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세입자를 내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7·10 부동산 대책도 전셋값 급등의 또 다른 요인이다.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집주인이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집주인은 기존 전세였던 매물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방식으로 향후 내야할 세금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임대차3법이 시행을 앞두면서 서둘러 전·월셋값을 올리는 집주인도 상당하다.

서초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로 집을 내놨던 다주택 보유 은퇴자가 월세로 돌리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소득이 없는데 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월세를 모아 세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55주 연속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7월 둘째 주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으로도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이 전주(0.10%)대비 0.03%포인트 늘어난 0.13%으로 집계됐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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