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불거진 금융공기업 이전…득 못지않은 실
상태바
정권마다 불거진 금융공기업 이전…득 못지않은 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15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책은행 중심 '지방행' 가시화...'업무 비효율·인력 유출' 손실 우려
전문가 "민간기업 유치 없는 이전 무의미"...금융노조 '저지 TF' 꾸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 이슈가 다시 불거지며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강원도 원주로 이전설이 돌았던 KDB산업은행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 이슈가 다시 불거지며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강원도 원주로 이전설이 돌았던 KDB산업은행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가 국책은행 등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부작용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또 다시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안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 이전의 출발점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해도 지역균형 발전이란 ‘명분’은 좋지만, 금융가를 중심으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갖춰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금융공기업엔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가 짙었다.

하지만 이슈는 게속 이어졌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총선 전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다시 불을 지폈다. 최근까지 최인호 의원 등 11인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은 정부가 공공기관을 신설하는 경우 공공기관이 지방에 우선적으로 설립될 수 있도록 하고,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이 이전대상공공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재검토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같은 방안을 둘러싸고 이전지역으로 거론되는 지방과 국책은행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이나 부산 등에서는 금융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업무 비효율만 가중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지방이전 정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을 보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많았던 만큼 과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식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상당수의 공공기관이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당초 정부가 기대한 지역균형발전은 커녕 인재 유출, 업무 효율성 저하 등으로 오히려 직원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게 되면 수도권에 밀집된 기업들의 소통은 물론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분위기 때문에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전주로 이전햇던 2017년에 부침을 겪었다. 본사 이전 소식에 당시 기금운용인력 200여 명 가운데 50여 명이 사표를 냈고 실장급 인사 8명 중 6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인력난이 빚어지는 중이다.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해외 관련 사업을 많이 하는데, 해외사업 파트너를 고려할 때 지방으로 내려가면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한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같은 금융권 합동 업무도 많아져 은행과 증권사 등이 협력할 일이 많은데 출장으로 인한 업무 비효율도 늘어나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지방이전으로 인한 실효성보다는 해당 지역 표심잡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지역균형개발 측면에서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논의가 10년이 넘었는데 지역균형개발 측면에서 진짜 플러스(+)가 더 많은지는 고려해봐야 한다"며 "국민연금도 전주 이전 이후 뼈아픈 손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만 더 이전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학교나 민간기업 등을 유치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노조도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난달 말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TF는 금융노조는 물론 금융노조 산하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각 지부로 구성됐다. 이들은 정부의 국책은행 지방이전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은 물론 과거 지방이전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지방이전을 막기 위한 대응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노조 TF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이 하나의 아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부작용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후에도 관련 기관과 기업들은 예상과 달리 이전하지 않았고, 직원들은 주말부부 신세가 됐다. 지방 학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열어 준다는 이유로 이제는 수도권 학생들이 역차별받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