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판 뉴딜’이 ‘세금파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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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판 뉴딜’이 ‘세금파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07.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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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부 기자.
조성준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뉴딜(New Deal)’이라는 의제를 내놓으며 장밋빛 계획을 내놓았지만 재원마련과 실효성 차원에서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국민에게 알리는 보고대회를 주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따르면 뉴딜 사업에 2025년까지 총 160조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나뉜다.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이른바 D·N·A 생태계 강화, 비대면(언택트) 산업 육성이 핵심이다. 통신사업, 통신장비, 디지털 전환 기술, 네트워크 분야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린 뉴딜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 관한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녹색산업 생태계 지원을 정부는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판 뉴딜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이라며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의 설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대국민 보고가 과연 내용 그대로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지에 대해서는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100조원이 넘는 ‘뉴딜’ 재원을 어떻게 합리적인 방안으로 마련하는지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매년 15조원 가량 들어오는 교통에너지환경세수 중 30%를 그린뉴딜 사업에 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개정해 매년 4조원 가량을 의무적으로 에너지·기후 대응에 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결국 세금이다. 정부는 해마다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지원 의지를 보여 왔으나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하지는 않아왔다.

문제는 당정청의 인식에 있다. 자유시장경제의 시각에서 볼 때 기술개발과 투자는 기업이 하는 것이고, 정부는 기업이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유도하는 것이 고유 역할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데, 정부는 잊을만 하면 장황한 계획을 공개하면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관련 사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기업이 스스로 진출하게끔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시장 진입을 유인하는 인센티브 요소로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식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말만 번지르르한 ‘디지털’, ‘그린’이 되지 않을지 정부는 경계해야 한다. 두 분야는 미래 산업 분야로, 기초 기술도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분야다. 특히 ‘그린’이라는 모호한 영역에는 에너지원의 선택과 효율성 측정이라는 사전작업이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누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두 분야가 구체적인 미래 먹거리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날 선’ 기업들에게 주도적 역할을 일임해야 하며, 정부가 특정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맞춰놓은 틀에 기업을 담으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혈세(血稅)가 그저 디지털, 그린의 실험비용으로 쓰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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