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 와중에”… ‘투쟁 깃발’ 드는 한국지엠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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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 와중에”… ‘투쟁 깃발’ 드는 한국지엠 노조
  • 성희헌 기자
  • 승인 2020.07.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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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헌 산업부 기자
성희헌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한국지엠(GM)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동차산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지엠 노조는 ‘투쟁 깃발’을 들어올리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앞둔 한국지엠 노사는 여러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임금과 관련해서 노사의 입장 차이가 큰 데다 이 같은 갈등은 곧 시작될 임단협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한국지엠 노조 조합원들의 평균 통상임금 등을 고려하면 성과급 지급 요구 액수는 1인당 평균 2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이 최근 거의 절반만 가동됐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부평1공장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7일 만 돌아갔다. 

한국지엠의 올해 상반기 판매는 내수 4만1092대, 수출 12만4946대 등 총 16만6038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23만1172대와 비교해 28.2% 줄어든 수치다. 이미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노조가 ‘상생 없는’ 무리한 요구안을 던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이 인천 부평공장 인근 물류최적화센터(LOC) 땅 매각을 추진하자 철야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한국지엠은 “자산매각이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회사의 자금 집행 어려움을 완화해 줄 것”이라며 “확보된 자금은 신차 및 생산시설 등에 대한 투자자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고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 청원서를 제출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경남 창원 부품 물류센터와 제주 부품사업소를 폐쇄하고 세종 부품물류센터로 통합하는 방안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게다가 2년 전 한국지엠 사장실을 무단 점거한 뒤 기소된 노조 간부들은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공동주거침입 및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49)씨 등 한국지엠 전 노조 간부 3명에게 벌금 500만∼700만원을 각각 선고한 것이다. 당시 이들은 사측이 자금난을 이유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인천 부평공장 내 사장실을 무단 점거했다.

한국지엠의 누적적자는 5조원에 가깝다. 야심작인 트레일블레이저도 부품 수급 차질로 생산량이 목표한 것보다 절반 수준 내려앉았다. 부평공장의 수출비중은 80%에 달하지만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노조가 대중마저 외면하는 ‘투쟁 깃발’을 내리고 공생의 길로 걸어가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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