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동욱 소공연 회장, ‘진실’ 숨기고 ‘정의’ 버렸다
상태바
[기자수첩] 배동욱 소공연 회장, ‘진실’ 숨기고 ‘정의’ 버렸다
  • 나기호 기자
  • 승인 2020.07.12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진실을 숨기고 정의도 버린 경제단체 리더가 있다면 아마도 최근 ‘술판·춤판 워크숍’ 논란을 일으킨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의 배동욱 회장일 것이다.

소공연은 지난 6월25~27일 2박3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교육·정책 워크숍’를 개최했다. 문제의 발단은 기자들이 떠난 두 번째 날 벌어졌다. 소공연은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걸 그룹을 초대해 술을 마시며 춤판을 벌였다. 이 동영상은 언론에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가 ‘국가 위기’라는 불편한 표현까지 써가며,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는 엄중한 시국인지라 여론의 시선은 더욱 따가웠다.

소상공인 업계는 이번 ‘술판·춤판 워크숍’ 논란과 관련해 배 회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배 회장은 침묵했다. 700만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소공연의 리더로서 진실을 왜곡하는 정황이 포착됐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한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논란에 대한 대처는 사실관계에 따라 포장하기 나름이다. 배 회장은 기자들과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지난 7일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에도 자리하지 않았다.

배 회장은 김종석 소공연 부회장을 대타로 내세웠다. 현장에서 ‘일 머리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최저임금 문제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폐업 결정이 오가는 생존권과 직결된 엄중한 사안임에도 불구, 고용·생계 등 노동계와 대타협을 잇기위한 본연의 업무를 내팽게친 것이다. 더욱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사태 수습만 하려는 급급한 모습은 ‘감투 지키기’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심지어 배 회장은 ‘술판·춤판 워크숍’ 논란이 커지자 행사를 담당한 직원의 경질도 예고했다고 한다. “걸 그룹도 소상공인이다. 뭐가 문제가 되느냐”는 배 회장의 자신있는 답변과 달리,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직원을 앞세웠다.

급기야 소공연 노동조합은 지난 10일 배 회장의 비리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배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로, 딸이 운영하는 꽃집을 통해 소공연의 ‘화환발주’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조 측이 제시한 ‘6월 거래내역서’에는 배 회장 딸이 운영하는 ‘러브플라워마켓’에 213만5000원(총 22건)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주는 배 회장이 마지막 진실(?)을 찾기 위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간은 많이 흘렀고, 그의 안팎의 사정까지 봐주면서 대립적 완충해결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소상공인·자영업자·영세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힘 빠지는 소식이 또 전해질까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