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의 광폭 행보…그 끝은 ‘지배구조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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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부회장의 광폭 행보…그 끝은 ‘지배구조개편’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7.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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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 미래차 부문 설득력 없어 “주주 반대”
정의선 부회장, 2년간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미래 기술 부문 행보에 집중
전기차, 수소차 등 현실로 다가와…현대모비스 핵심부품 제조 사업 재평가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마크 메네제스 미국 에너지부 차관이 미국 에너지부 청사 앞에 전시된 수소전기차 넥쏘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마크 메네제스 미국 에너지부 차관이 미국 에너지부 청사 앞에 전시된 수소전기차 넥쏘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재계 1~4위 총수들과 만남을 가지며 전기차 배터리 동맹 구축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시기가 임박했다는 재계 내 평가가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행보는 미래차 산업에 대한 준비는 물론, 지배구조개편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개편을 시도했던 지난 2018년을 되돌아보면 답을 유추할 수 있다.

2년 전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독촉 속에 지배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개편 방안은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부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이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은 0.79대 0.21이었고,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비율은 1대 0.61이었다. 기존 현대모비스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존속법인 주식 79주와 합병 현대글로비스 주식 61주를 갖게 되는 방안이었다.

이 방안은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넘기고, 부품제조 부문은 미래차 산업과 관련한 핵심부품 사업으로 키워간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때마침 현대차그룹을 목표로 삼은 주주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의 합병반대 권고가 잇따르면서 지배구조개편이 사실상 좌초를 맞게 된 것이다. 주주들의 반대 이유는 현대모비스의 가치 하락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모듈 사업부는 영업이익은 1%대 수준으로 낮지만, 현대모비스의 매출 비중 50%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AS 사업부는 매출 비중은 20% 정도지만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해 두 사업부 모두 알짜 사업부로 분류됐다. 현대모비스에는 핵심부품 사업부만 남았기 때문에 ‘빈껍데기’만 남겨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현대차그룹 수소차 핵심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차그룹 수소차 핵심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 2년 전과 달라진 환경…미래 기술 갖춘 현대차 ‘당위성’ 생겨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년간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미래차 부문과 연관이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지난 2년간 투자도 미래차 부문에 집중됐다. 2년 새 글로벌 자동차 환경도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가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와 동맹 전선을 맺으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그룹 내 전기차와 수소차 부품은 모두 현대모비스를 거쳐 현대차에 납품된다.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외한 모든 부품 공정을 구축 완료했다.

현대모비스는 HEV·PHEV·EV의 핵심부품인 구동모터·시동발전기·배터리 시스템·탑재형 충전기 등을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충북 충주에 친환경차 부품 전용생산단지를 구축, 수소전기차 핵심부품인 '파워트레인 연료전지 통합모듈(PFC) 생산을 전담하는 공장을 건설했다.

또한,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차량 양산 계획에 발맞춰 관련 전동화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울산에 전기차 부품 전용 공장을 짓는다. 이밖에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험차 ‘엠빌리(M.Billy)’를 미국과 독일 등에서 운영하며 미래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년 전 자동차 업계의 미래 기술로 주목되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에 대한 구체적 당위성을 주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면, 이제는 미래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핵심부품 제조 사업부의 비전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

현대차 전기차 콘셉트카 ‘프로페시’.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전기차 콘셉트카 ‘프로페시’. 사진=현대차 제공

▲ 지배구조개편, 예상 시나리오는?

현재 현대차그룹은 지난 2년간 지배구조개편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몇 가지가 있다.

기존 안건이 가장 쉬운 방안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합병 비율 조정을 통한 재추진 가능성이 가장 먼저 손꼽힌다. 2년 전에는 현대모비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미래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핵심부품 제조 사업부의 비전이 보이는 만큼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부품 제조 사업부의 위상 변화는 기존 방안을 재추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여전히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모듈 및 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에 넘기는 것은 주주들에게 불만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모비스를 먼저 인적분할한 뒤 분할부문을 재상장하는 방안을 예상한다. 분할부문을 따로 상장해 시장 평가를 받은 후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과 모비스의 분할 신설법인 지분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과 교환하는 시나리오다. 대주주의 비용 부담은 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상대적 고평가 논란을 상쇄할 수 있다.

다만 정의선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방안은 여전히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방안이다. 지난 2년간 미래차 부문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보여온 만큼 가능성도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2년 전 정부의 압박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개편안은 다소 이른 감이 있었다”며 “지금과 같이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나온 후 개편안을 내놨더라면 주주들의 반대가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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