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찰은 ‘좌고우면’ 말고 심의위 권고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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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검찰은 ‘좌고우면’ 말고 심의위 권고 받아야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7.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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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정면충돌로 그동안 미뤘던 검찰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았다. 보통 수사심의위 권고 후 일주일 내로 검찰이 결정을 내렸던 과거에 비해 한없이 늦춰진 상황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국민에게 개혁을 약속하며 스스로 만든 제도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1조 목적에서는 ‘이 지침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국민의 신뢰 제고’가 수사심의위가 존재하는 이유다.

결국 검찰이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를 받고도 기소를 강행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인 것이다.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음주에 있을 검언유착 의혹 수사심의위도 검찰 스스로 무력화시킨 것이 된다.

사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는 예상했던 바다. 수사심의위는 형사법 전문가를 포함한 금융, 회계, 기업 관련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수사심의위 개최 전부터 각계 전문가들은 삼성 합병을 정상적 경영활동으로 보고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고 판단해왔다.

검찰은 줄곧 삼성이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지금 삼성바이오 주가를 보면 오히려 삼성이 기업 가치를 ‘축소’했다고 보는 게 오히려 타당했다는 말이 나온다. 바이오젠 콜옵션 건도 K-IFRS(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회계 전문가들은 지적해왔다.

전문가들 판단은 대동소이했다. 수사심의위 심위위원 13명 중 10명이 불기소·수사중단 의견을 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심의위원 상대로 검찰이 불법성을 입증할만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에게 검찰이 주장한 혐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그럼에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것이란 말이 나돈다. 검찰이 1년 반 넘게 장시간 수사했는데 어떻게 기소를 안 할 수 있냐는 논리가 대부분이다. 검찰 스스로 만든 개혁안을 무력화시키고, 전문가들 의견마저 무시하는 이유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는 얘기다.

심의위원들은 이 부회장이 기소되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해 재판이 시작되면 또 다시 삼성은 몇 년간 재판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몇 년간 재판 끝에 무죄 확정이 나온다 해도 그동안 잃어버릴 사업기회나 경영 공백으로 인한 천문학적 손실은 삼성이 짊어질 뿐, 검찰은 그 무엇도 보상해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이야 말로 ‘검찰 공화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정한 개혁은 과거의 잘못된 것부터 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검찰은 ‘좌고우면(左顧右眄)’ 말고 수사심의의 권고를 받아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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