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중기ㆍ소상공인 부실대출…폭탄 돌리기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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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나는 중기ㆍ소상공인 부실대출…폭탄 돌리기 불 보듯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09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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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넘게 투입된 코로나 대출...당국은 "회수 늦추고 지원 늘려라"
건전성 비상 걸린 은행권 "경기 회복 더딘데 부실 여신 충격 어쩌나"
정부가 코로나19 대출의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를 추진할 거로 보이는 가운데 이미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은행권이 부실 여신 충격도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대출의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를 추진할 거로 보이는 가운데 이미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은행권이 부실 여신 충격도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당국이 하라는데 별 수 있겠나. 이자 상환유예로 인한 리스크가 최근 여신 실무자들의 가장 큰 이슈인데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이대로 또 연장되면, 내년 상반기에 1년치 부실 여신 충격이 은행에 닥쳐올 거다.”

최근 코로나19 지원 대출의 만기 추가연장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걱정하는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은행권에서는 "비올 때 우산을 뺏을 수 없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향후 다가올 ‘리스크 충격’은 커다란 걱정거리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만기 연장과 신규 자금 대출을 통해 지원한 100조원 넘는 금액이 오는 8월부터 만기 도래한다. 

은행들이 이들 자금에 대해 적극적인 회수에 나서면 실물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돼 만기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금융 시스템 안정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날에는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현황 및 기업 자금사정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지원 조치에 대한 재연장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을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대출 회수가 늦춰지는 동안 은행의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은행은 이자가 연체될 경우 부실 여신 등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 만기와 이자 상환이 일괄적으로 연장되면 부실 여신이 정상 여신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향후 지원이 끝나고 이러한 대출이 부실 여신으로 재분류되면 은행은 수익이 증발하는 동시에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며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아무런 대책없이 재연장될 경우 그 충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시중은행에서만 총 14만1000건, 41조7000억원 규모의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이 지원됐다. 제2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까지 포함할 경우 지원규모는 19만5000건, 61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미 각 은행들이 건정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금난, 부동산·주식 투자 수요 등이 겹쳐 올해에만 은행권 대출이 70조원 가까이 늘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6월 말 기준 원화대출액은 총 1208조922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68조8678억원(6.04%) 늘었다. 이들 은행 모두 각자 제시했던 연간 대출 성장 목표치를 상반기에 대부분 채운 상태다.

1분기 실적발표에서 연 5∼6%대 성장률을 제시했던 국민은행은 이미 반년 새 6.77%가 늘었고, 신한은행 8.17%(목표치 연 5%대), 하나은행 4.30%(연 3∼4%), 우리은행 4.61%(연 5%), 농협은행 6.11%(연 5.2%)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정부의 압박에 적극적인 풀었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이 눈덩이로 불어났고, 경기 회복이 더디다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중 기업대출 잔액은 946조7000억원으로 5월 말보다 1조5000억원 확대됐다. 특히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은 각각 4조9000억원, 3조7000원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출 과속은 건전성 우려를 부르고 있다.

1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72%로 전분기보다 0.54%p 떨어졌다. 5월 연체율도 전달보다 0.02%p씩 상승했으며, 코로나19 여파는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자리에서 한 은행장은 "당장 올해 3, 4분기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문제라기보다, 내년의 지표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설 방침이지만, 정부·기업 등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상반기동안 코로나19 충격에 당면한 기업들은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동안 외면했던 은행 대출을 늘렸고, 정부는 은행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확대를 주문해왔다. 최근에도 금융권을 향해 코로나 피해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확대를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국내 경제상황이 고려해 지원 조치의 재연장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해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것 만큼 향후 이를 연착륙 시킬 방안이 중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러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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