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지각변동 온다… 대·소형사 양극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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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지각변동 온다… 대·소형사 양극화 불가피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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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M&A 규제 개편 검토에 대형사 중심 시장재편 임박
알짜 'JT' 등 시장 '10%'가 매물로 거론...업계 아직 '관망'
저축은행 업계의 M&A 문턱이 낮아질 거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편될 시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저축은행 CEO 간담회. 사진=금융위원회
저축은행 업계의 M&A 문턱이 낮아질 거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편될 시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저축은행 CEO 간담회. 사진=금융위원회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꽉 막혀 있던 저축은행간 M&A 시장이 뚫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를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여파에 신음하는 저축은행권의 지각변동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며 은행간 양극화도 더 심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산업 혁신경제 방안'에 따라 저축은행 규제체계 개편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 M&A 규제 완화에 대해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하고,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초 상반기 완화 방안이 나올거로 기대됐지만 코로나19상태로 미뤄졌다는게 금융권 안팎의 관측이다.

현재 저축은행은 단일 대주주가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으며 영업지역이 다른 저축은행은 2개까지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은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여러차례 요구해왔다. 무엇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당국의 고강도 규제가 유지돼오며 M&A 문턱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최근의 분위기만 봐도 그렇다. 이미 저축은행 업계 내 M&A 수요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민국ㆍJTㆍ머스트삼일ㆍ대원ㆍ유니온ㆍDHㆍ스마트저축은행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전체 저축은행 79개 중 10% 수준이다. 

민국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무궁화신탁이 실사를 끝내고 매각 막바지 절차를 밟았으나 지금은 중단된 상황이다. 까다로운 대주주 적격성 기준 등의 애로에 따라 무궁화신탁이 매수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 금융지주사 J트러스트 그룹은 JT저축은행 매각을 위해 법무법인 김앤장을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으나 관심을 보이는 매수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JT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1조4164억 원으로, 4년 만에 두 배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833억 원에서 1267억 원까지 늘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알짜'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매각 의사를 밝힌 뒤 일부 사모펀드나 신탁회사가 접근을 하지만 끝내 무산되거나, 아예 임자를 찾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빠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간의 M&A가 금지돼있어 마땅한 대주주를 찾기가 어려운 탓"이라며 "지난해 OSB저축은행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적절한 가격대에 매수하고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까지 통과할 대상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완화가 시행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저축은행업계 내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로 건전성 관리 등에 집중돼 다수가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단 규제가 완화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잠재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일각에선 M&A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줄 경우 가뜩이나 대형사 중심의 시장에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우려는 이미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저축은행 거래 고객은 약 64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이중 80% 이상의 고객이 SBIㆍJT친애ㆍOKㆍ웰컴ㆍ페퍼ㆍ애큐온 등 주요 6개 대형 저축은행으로 몰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하긴 쉽지만 이후 문제가 생기면 이를 바로잡기란 매우 어려운만큼 금융당국의 고민도 클 것"이라며 "규제를 풀더라도 상응하는 안전장치가 수반될 거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저축은행의 신용공여 규제 완화도 양극화의 방아쇠가 될 거란 지적이다. 

최근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자산규모와 재무건전성 등을 감안해 개별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세부 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산규모와 재무건전성이 높은 저축은행의 신용공여한도를 높여주자는 게 골자다. 현행 저축은행의 개별차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 20% 한도 내에서 자산규모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시장 전체가 반기지는 않는 모습이다. 경기 악화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경영상황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 완화가 저축은행 간 양극화를 촉발할 거란 전망에서다. 자산규모와 재무건전성이 높은 대형 저축은행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이번 조치가 저축은행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저축은행 규제를 강화했던 건 과거 부실사태가 근본적 배경이었다"며 "당국이 저축은행의 M&A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현재의 지역기반 금융시장을 유지하는 조건과 방향으로 보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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