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방한날 北 재차 "美와 마주 앉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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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날 北 재차 "美와 마주 앉을 필요 없다"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7.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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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한 7일 북한 외무성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재차 일축하고 나섰다. 사흘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화 거부 의사를 재확인한 것. 특히 이번에는 북미 대화 촉진자로 다시 나선 우리 정부를 향해 조롱까지 퍼부으며 한반도 정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때아닌 때에 떠오른 조미수뇌(북미정상) 회담설과 관련하여 얼마 전 우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하여 명백한 입장을 발표하였다"며 "사실 언어도 다르지 않기에 별로 뜯어보지 않아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명명백백하게 전한 우리의 입장이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일 비건 부장관의 북측 카운터파트 격인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며 "그 누구의 국내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북한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도널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라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이미 결론내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정부는 미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전략적 인내' 전략이 반복될 것을 우려, 미 대선 전 북미 대화 재개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 비건 부장관의 방한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날 북한은 권 국장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의 중재외교를 노골적으로 조롱했다. 권 국장은 "이제는 삐치개질(참견)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버릇 떼기에는 약과 처방이 없는 듯 하다"며 "이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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