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골프장 이용료 ‘천정부지’ 골퍼는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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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골프장 이용료 ‘천정부지’ 골퍼는 ‘봉’
  • 한종훈 기자
  • 승인 2020.07.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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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이제 월급쟁이는 골프 라운드도 못 할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 골프 라운드를 즐기는 A씨의 하소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각종 산업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예외인 곳도 있다. 바로 골프장이다. 코로나19 시대 야외에 있고 상대적으로 사람 간 접촉이 적은 골프장은 대표적인 코로나19 안전지대로 꼽혀왔다. 또, 해외로의 골프 여행길도 사실상 막히면서 골퍼들이 전국 골프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국 골프장은 코로나19 특수가 한창이다. 주중과 주말 가릴 것 없이 골프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골퍼들은 원하는 시간에 골프 라운드를 즐기려면 예약 오픈 시간과 동시에 ‘광클’을 해야 할 정도다. 골프 시즌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예약 전쟁을 치렀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장사가 잘되자 골프장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용료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골프장 그린피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회원제 비회원 주말 그린피는 평균 24만8000원, 퍼블릭은 평균 20만9000원이다.

하지만 올해 골프장 그린피는 2만~3만 원씩 이상 인상됐다. 특히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퍼블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고가의 그린피를 받는 골프장도 많다.

카트피와 캐디피도 가파르게 올랐다. 온라인 골프부킹 서비스 XGOLF에 따르면 이 업체와 제휴한 전국 300여 개 골프장 중 카트피 10만 원을 받는 곳은 26개소, 캐디피 13만원 골프장은 46개소다.

최근에는 카트피를 12만원으로 올린 곳도 등장했다. 카트의 경우 1대당 대략 1300만 원 수준이다. 골프장들은 1년만 운영해도 카트비 본전을 충분히 뽑고 있다. 따라서 이후 카트 운영 기간 만큼은 골프장의 순수익으로 남는다.

결과적으로 골퍼들은 주말에 라운드 한 번 즐기려면 골프장 이용료와 식음료 그리고 교통비까지 포함해 일 인당 최소 30만 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체육시설 등록 골프장 그린피 인상이라는 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스포츠 대중화에 앞장서야 할 시설들의 무리한 요금인상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의 글이다. 이 글은 지난 5일까지 참여 인원이 1만5000명에 육박했다.

골프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골프장에게도 장기적으로 좋지는 않다. 이용료 몇 만원 올려 당장 이익을 보겠지만 골퍼가 줄어들 확률도 있다. 이로 인해 달갑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한번 추락한 이미지를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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