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업계, 후판 가격 인상 놓고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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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업계, 후판 가격 인상 놓고 ‘줄다리기’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7.06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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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수주 부진으로 후판 가격 동결” 주장 
철강업계 “원재료 급등에 따른 가격 인상 불가피”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중인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중인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선박용 철강재인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주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후판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철강사들은 철광석 가격이 오르는 반면 조선 후판 가격은 지난해보다 하락한 상황이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과 상반기 후판 가격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원칙대로 하면 올해 1월에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끝내고, 이달부터 하반기 협상을 시작해야 하지만 양측의 이견차가 크다보니 아직 상반기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판재류로, 선박 건조비용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이는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후판 가격이 1% 오르면 조선사 영업이익은 최대 3%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심각한 수주 절벽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46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 급감했다. 발주가 줄어들면서 올해 1~5월 한국의 누계 수주 실적 역시 90만CGT(32척)에 그쳤다.

올해가 절반 가까이 지났지만, 조선 3사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10% 안팎이다. 최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하긴 했지만, 아직 수주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2027년까지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해당 계약만으로 업황 회복을 거론하기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조선업계는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를 단 1건도 따내지 못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이달부로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조선해양사업부로 통합하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해당 부서 규모는 20% 가까이 축소되고, 임원 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에 따라 실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면서 “올해 3사의 수주 상황이 10~20% 수준에 그치는 등 좋지 않다 보니 후판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철강사들은 코로나19로 수요가 절벽인 상황에서 최근 원재료 가격까지 치솟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2.4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가격(톤당 86.5달러)과 비교하면 약 5개월 만에 20%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톤당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철광석 가격 인상은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작년 동기 대비 7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제철도 2분기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철강사들은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전방산업의 생산재개로 생산량, 판매량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중국과 일본, 미국 등 주요 지역의 철강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가격 인상 명분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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