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규제보다는 부작용부터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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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규제보다는 부작용부터 최소화해야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7.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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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21번째에 이르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빚 내서 집 살 생각 마라’는 메세지로 요약된다. 대부분의 대책이 공급보다는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기세력이 시장을 교란시켜 집값이 오른다고 진단하고, 정책의 초점을 규제에 맞춰 두 달에 한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부동산 전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했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크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크게 낮아져 중도금이나 잔금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투기와의 전쟁을 한다더니 애꿎은 실수요자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긴급 보고를 받는다는 소식에 수도권 일대에선 6·17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대출이 줄어든 실수요자들의 구제방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이 공급 확대와 더불어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주문했을 뿐 이들이 원한 대출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선 정부 정책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규제는 곧 집값 상승 결과를 낳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등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크게 낮아진 상태다. 벌써부터 다음 대책이 예고되고 있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정부의 정책 목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애먼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번 정부 대책을 두고 시장 수요자들 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 진보진영에 이르기까지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마이웨이’다. 더욱이 김 장관이 이번 6·17 부동산 대책이 4번째라고 주장한 것이나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발언은 부동산 시장과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간 정부가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이번 대책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생애 첫 집 입주를 앞둔 서민들이 중도금이나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돼 입주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들 서민들이 규제로 목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면, 결국 이들 물량은 현금 부자들 차지가 될 것이란 건 불보듯 뻔하다.

지금은 규제 강화를 외치기 앞서 기존 대책에서 불거진 부작용부터 해소하고 바로잡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정책이 기대와 달리 부작용이 빚어졌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피해를 입은 실수요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방안이라도 마련해 숨통부터 터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정책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시장과의 힘겨루기가 아닌 실수요자를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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