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부동산규제까지…60조 쥔 개미 증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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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에 부동산규제까지…60조 쥔 개미 증시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6.29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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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기중인 예탁금ㆍ신융융자잔액 사상최고치
유동성 등에 업은 개미들...대규모 '머니무브' 가속화 
주식시장을 이끄는 개인투자자들의 대기자금이 급증하며 증시로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장을 마감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을 이끄는 개인투자자들의 대기자금이 급증하며 증시로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장을 마감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제로금리 시대 속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규제까지 투자자들을 옥 죄어 오자 넘치는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쏠리고 있다.

주식 투자자의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50조원에 육박하기 시작했고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잔고도 올해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60조원' 가량을 움켜 쥔 '개미'들의 주도 속에 머니무브(대규모 자금이동)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주식시장 투자자예탁금은 46조339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27조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지수 폭락을 계기로 개인투자자가 몰리며 약 반년 만에 2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축적됐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 자금 성격을 지닌다.

예탁금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맞이한 것은 작년 12월부터다. 당해 말 27조3384억원에서 올해 1월 28조7192억원, 2월 30조원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투자금이 몰렸다. 작년 8월 1800선까지 내려간 코스피는 12월 하순경 2200선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증시 낙관론도 가세하면서 투자심리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락장이 연출된 뒤 투자자예탁금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1400선까지 급락한 지난 3월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고, 4월 1일 47조6669억원까치 치솟았다. 저가 매수를 노리는 자금이 증시로 몰린 탓이다. 제로(0) 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40조원 중반에서 정체됐던 투자자예탁금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로 재차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주요 투자처였던 부동산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증시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김현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단기간 하락 후 반등한 사례를 통해 저가매수에 나서려는 자금 유입으로 추정한다”며 “예탁금은 한번 높아지면 다시 감소하기보다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급격한 감소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사상 처음으로 예탁금이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많다. 공모주 시장의 최대 이벤트로 꼽혔던 SK바이오팜의 청약금이 증권계좌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3~24일 이틀간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에서 약 31조원을 모으며 세간의 관심을 증명했다. 이 가운데 주식 대금으로 납부된 돈은 1조원 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30조원 이상이 투자자들에게 돌아왔고 다시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잔고도 2년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2조1983억4000만원으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 6월 20일(12조2725억2300만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로, 같은 해 6월 1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12억6479억9300만원에 점점 가까워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9조2132억7600만원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들어 2조9850억6400만원(32.40%)이나 불어났다. 1월(10조806억3100만원)과 2월(10조3726억400만원) 10조원대를 기록하다 증시가 폭락한 3월엔 6조5782억6300만원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4월(9조434억1100만원)과 5월(10조9276억2900만원) 증가세로 돌아선 후 6월 들어서만 1조2707억1100만원(11.63%) 증가했다.

코로나19 급락장이 맞물린 3월말 6조5782억원과 비교하면 80%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빚을 내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하며 유동성의 폭발적인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지속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을 맴돌던 자금이 증시로 넘어오는 자금 이동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질금리가 낮아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방향성은 너무나 명확하다. 저금리 환경 속에 부동산 시장 규제의 풍선효과로 증시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3월 급락장에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은 증시가 폭락했을 때 주식투자 수익률이 좋다는 학습효과도 경험했다"면서 "저금리 고착화와 부동산 시장 규제 속에 저점 매수로 플러스 수익률을 경험한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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