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안 돈다… 은행예금 쏠림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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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도 안 돈다… 은행예금 쏠림 심화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6.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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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성 자금 수시입출금예금 폭증
예금 회전율도 '뚝'...돈맥경화 심화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0%대 초저금리시대가 본격화됐지만 가계나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은행에 돈을 예치만하고 좀처럼 꺼내 쓰지 않고  있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지속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대규모 피해가 속출하자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은행의 실세요구불 예금을 비롯한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은 758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9조9000억원 치솟았다.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증가한 수시입출식 예금 규모는 74조7000억원에 이르며 65조9000억원이었던 지난 한 해의 증가 규모를 크게 상회한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입금과 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자수익이 거의 없는,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자금의 대기처 성격이 강하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늘어나는 건 '표류자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예금의 회전율도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7.2로 전월(19.5)보다 대폭 낮아졌다. 예금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을 수록 그만큼 예금 인출이 덜 일어났다는 뜻이다. 지난해 2월 16.3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말 20.3으로 높아지더니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손실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 등으로 '돈맥경화' 현상이 더 짙어질 것"이라며 "'회피성 안전자산'이 축적되는 현재의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빚에 의존하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1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6조원 불어났다. 이 같은 증가 규모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올해 4월(27조9000억원), 3월(18조7000억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5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 규모다. 기업대출 증가분 대부분은 중소기업 대출(13조30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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