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국공 사태' 여권의 인식이 진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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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국공 사태' 여권의 인식이 진짜 문제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6.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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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좁았던 취업문이 아예 닫혀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절망감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데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 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이 취준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는 28일 오후 12시 기준 25만명을 넘어섰고, 온라인에서는 인공국 사태에 반대하는 ‘부러진 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인국공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대선 공약을 시행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소속이던 보안검색원 1900명을 정규직인 청원경찰로 채용한 일로 촉발됐다. 이는 인천공항 전체 정규직 1400명을 훨씬 압도하는 인원을 대거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 이에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취준생을 포함해 모든 취준생들에게 공정의 또 다른 이면에는 역차별이라는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야권에서도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로또취업방지법’(가칭)을 발의할 것을 예고하고 “인천공항의 묻지마 정규직화는 대한민국 공정 기둥을 무너뜨렸다”며 인천공항의 ‘로또 정규직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공정가치를 말살한 데 대해 사과를 촉구했다. 또 원희룡 제주지사도 ‘인공국 사태’를 ‘대통령 찬스’로 칭하고, “분노의 핵심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권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인공국 사태’에 대해 여권과 청와대는 ‘험한 일 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마음 넓지 못한 취준생의 문제로 치부했다. 지난 25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과정에서 국민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분들이 보기에 상당히 자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오해 같은 것이 퍼진 것”이라며, 계획 수정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며 “청년들의 바람이 연봉 3500만원 주는 보안검색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청년들이 그토록 대단하게 생각하는 바람은 연봉 3500만원 주는 보안검색이 맞다. 서울 4년제 명문대학을 나오고 토익 만점에 준하는 성적을 받아도 연봉 3000만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조금 더 배웠다‘에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전혀 공감하지 못하지 않고는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없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왜 청년들이 배신이라는 단어를 쓰고 ‘오해’가 아니라고 분노하는지 청와대와 여권은 모른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으니 문제가 해결될 턱이 없다. 진짜 문제는 인국공 사태 그 자체보다 취준생의 분노가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는 청와대와 여권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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