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400억 재고 터는 면세점…명품 구매대란에도 ‘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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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400억 재고 터는 면세점…명품 구매대란에도 ‘쓴웃음’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6.23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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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免 1·2차 판매 물량 하루 만에 소진..."3차 협의 중"
롯데免도 23일 판매 개시하자 홈페이지 마비에 완판 행진
신라免도 25일 판매 개시...업계 "마진 없고 손실막기 바빠"
사진=제공.
롯데온 명품행사 화면. 사진=롯데면세점 제공.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코로나19로 쌓여있는 400억 원가량에 달하는 재고 면세품이 풀리자, 홈페이지 접속 폭주로 서버가 마비되거나 몇 분 만에 품절사태가 빚는 등 말그대로 명품 구매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쓴 웃음만 지을 따름이다.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23일 오전 10시부터 ‘롯데온(ON)’을 통해 재고 명품 판매를 시작했다. 50여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재고품을 할인 판매한다는 소식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평소 대비 2~3배 정도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결국, 판매 시작 전인 오전 9시45분께부터 홈페이지가 마비됐으며, 판매 개시 20분 후에야 접속이 가능했다.

이날 롯데온은 페라가모·지방시·발렌티노·토스·발리·펜디·토리버치·알렉산더맥퀸 등 9개 브랜드 77개 상품을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면세품 재고는 판매 1시간 만에 전체 물량의 60% 이상이 품절됐고 오후 2시 30분 기준 70%가량 판매됐다. 롯데온 관계자는 “상품 중에서는 신발과 여성 크로스백 등이 인기를 끌며 재고 소진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명품 판매 시작 3일 전부터 전날인 22일까지 신규 회원 숫자는 평소 대비 일 평균 20%가량 증가했다.

롯데면세점이 이번에 시장에 내놓는 재고 면세품 규모는 200억 원에 달한다. 롯데온은 이달 28일까지 1차로 예약 판매 후 다음 달 2일부터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2차 판매는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5일이다.

신세계면세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 22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공식 온라인몰 ‘SI빌리지’에서 신세계면세점의 재고 명품을 할인하는 2번째 행사를 열었다. 서버를 최대치로 증설해 접속 폭주로 홈페이지가 마비됐던 지난 3일 첫 행사만큼 혼란은 없었지만, 대다수 제품들이 하루 만에 품절됐다.

페라가모·지미추·마크제이콥스·투미 등 명품 브랜드의 280여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5시간 만에 전체 물량의 90%가 동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3차 재고 면세품 판매 행사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2위 신라면세점도 오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자체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 ‘신라트립’을 통해 재고 면세품 1차 판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먼저 지방시와 펜디, 프라다 등 100억 원 규모의 20여개 브랜드 제품이 판매된다.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발리 등 20여개 브랜드는 추후 2차 판매에 포함될 예정이다. 신라에서 파는 제품의 가격은 면세점 정상 대비 30~40% 할인된 수준이다.

당연히 관심은 이미 뜨겁다. 신라인터넷면세점 신규 가입자 수는 면세품 판매가 알려진 지난 19일 이후 3일간 전주 같은 요일(12~14일) 대비 20배 이상 늘었다. 신규 모바일 앱 설치도 같은 기간 9배 증가했다.

높은 인기 속에도 업체들은 씁쓸한 웃음을 지을 따름이다. 악성 재고 처리 행사라 마진도 별로 없고, 설사 이번 행사에서 이익이 나더라도 그간의 손실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를 빨리 판매하는 것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마진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이미 직원 근무 일수를 줄이고 무급·유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이달부터 유급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재고 정리를 통해 당장 급한 불을 끌 계획이지만 코로나 사태 종식 전까지는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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