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하려다 덫에 걸린 ‘법인’…다음은 ‘임대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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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피하려다 덫에 걸린 ‘법인’…다음은 ‘임대사업자’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6.1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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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보유 주택 내놓게 하려고 ‘토끼몰이’
이르면 올해 말 임대사업제도 강력한 대책 전망
6‧17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변경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는 이들이 다주택자가 세금과 대출 등의 규제를 피하려고 법인을 설립한다는 사실을 과연 몰랐을까요? 그들은 절대 바보가 아닙니다.”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다.

21번째 부동산 대책은 시장을 자극하는 대규모 개발을 지양하면서도 공급을 늘리려는 정부의 ‘큰 그림’이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다주택자에게 순순히 퇴로를 열어준 건 ‘패착’이 아니라 함정으로 이끌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다음 수는 주택임대사업자로 향할 것이며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예고도 따라 붙였다 

18일 국토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의 핵심은 부동산 법인이 우회 투기를 통해 취득했거나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려는 유인책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내년 6월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종부세 최고세율(3~4%)이 적용되고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6억원 공제 혜택이 사라진다. 또한, 이날 이후 법인이 새로 사들인 조정대상지역 내 장기 임대등록 주택에 종부세를 매기기로 했다.

기존엔 법인 명의로 10억원짜리 주택을 구매하면 6억원 공제 뒤 4억원에 대한 종부세만 매겼는데 앞으론 10억원 전체에 대해 종부세가 매겨져 매년 3000만원에서 최고 400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

이는 공시가격 현실화로 가중된 보유세 부담과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한시적 양도세 중과 면제를 받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최근 몇 달간 급하게 집을 처분하면서 고가주택 가격이 하락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내린 결정이다.

당장 법인이 강화된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올해 말까지, 강화된 종부세를 내지 않으려면 내년 5월 말까지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법인 투기를 묵과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2017년 이후 급등한 집값을 낮추려면 지속해서 주택을 공급해야 하지만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 외에 뾰족한 묘수가 없었던 탓이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토부 내부에선 임대사업자 제도의 폐지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대책 발표 시기를 고심 중으로 전해진다. 임대사업자와 법인이 보유한 주택 중 일부만 시장에 풀려도 신도시를 공급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역사적 사명감과 2022년 대선 승리라는 정치적 실리를 위해 집값 안정에 사활을 걸었다”면서 “투기꾼과 숨바꼭질은 미리 계산해 두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기만했다는 극렬한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시장이 다시 과열되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즈음에는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한 조치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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