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화약속 지키라" 다음날 김정은 '보란 듯' 연락사무소 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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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평화약속 지키라" 다음날 김정은 '보란 듯' 연락사무소 폭파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6.1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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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처참하게 무너뜨린다’ 예고 사흘만
군사행동 예고대로 철군지역 재무장 선포
개성공단에 북한군 재주둔...대결시대 회귀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8000만 겨레 앞에서 한 평화의 약속을 돌려서는 안된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지에서 철수했던 군부대의 재배치 방침을 알렸다. 북측은 노동신문을 통해 ‘전 세계와 겨레 앞에서 한 약속을 먼저 어긴 쪽은 남측’이라고 했다.

▮군사 요충지 개성에 북한군 재배치

북한은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군 총참모부의 대남 적대행위 관련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우리 군대는 당과 정부의 그 어떤 결정지시도 신속하고 철저히 관철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대적관계부서들로부터 북남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고 밝혔다. 또 “지상전선과 서남해상의 많은 구역들을 개방하고 철저한 안전조치를 강구하여 예견돼 있는 각계각층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 삐라 살포 투쟁을 적극 협조할 데 대한 의견도 접수하였다”고 했다. 지난 13일 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북한군 총참모부에 대남 적대행동에 나설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김 제1부부장 지시 내용이 이날 드러난 것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우리는 이상과 같은 의견들을 신속히 실행하기 위한 군사적 행동계획들을 작성하여 당 중앙군사위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앙군사위에서 김 위원장의 승인이 날 경우 군대 재진출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군대 재진출 지역은 우선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시범 철수된 감시초소(GP)가 될 전망이다. 또 남북 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 일대도 포함될 전망이다. 개성은 남침시 주요 진격로로 2003년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배치돼 있었으나 6.15 남북공동선언 계기로 남북 경협 추진 과정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철군 결단을 내린 곳이다. 북한은 이날 오후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까지 했다. 개성을 다시 요새화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연락사무소 폭파 역시 13일 밤 김 제1부부장이 미리 예고한 바 있다.

▮“먼저 민족에 대한 약속 어긴 쪽은 南”

이날 북한의 강경 행보는 6.15 선언 이전 남북 대결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낸 문재인 정부에서 20년에 걸친 남북 화해의 역사가 부정당한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6.15 선언 20주년이었던 전날 문 대통령은 “나와 김 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북한을 향해 “남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가길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 2면 논설을 통해 “남조선 당국자들이 이제 와서 설레발을 치며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지금 우리의 철저한 보복전이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며 “남조선 당국은 민족과 세계 앞에 철석같이 약속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를 위반하는 배신적인 행위를 한두 번만 감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민족 앞에서 서약한 약속을 지키라고 했지만, 되레 남측이 먼저 약속을 어긴 데 대한 징벌을 하겠다고 맞받아친 셈이다.

노동신문은 또 연락사무소 폭파를 미리 알리듯 이날 6면 논설에서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라는 것은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이며 다음 단계의 행동조치도 준비되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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