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강행…대한항공 발목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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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강행…대한항공 발목 잡는다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6.1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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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주선 기자
박주선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이번엔 서울시에 발목이 잡혔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본확충 목적으로 진행했던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으로 사실상 무산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한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본입찰에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200여곳 정도가 송현동 부지 관련 투자설명서를 받아갔지만, 정작 본입찰에 아무도 응하지 않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사실상 공개매각 절차가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한 상태다. 이달 초에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했다.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당장 자본을 확충하려던 대한항공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게 됐다. 당초 예상한 매각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데다 서울시가 매각 대금조차 2년에 나눠 지불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송현동 부지는 현재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매각가가 최소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그야말로 고사 위기다. 국적 항공사 1위인 대한항공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회사는 임원들의 임금을 최대 50%까지 반납하고 전 직원의 70%가 순환 휴업을 진행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고강도 자구책을 펼치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기 위해 송현동을 포함한 주요자산 매각 등을 통해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절차를 막아달라며 ‘SOS’를 쳤지만, 서울시는 일단 종전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 소유의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타인의 소유 부동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서서 공원화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가 ‘갑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추가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번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강행이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을 해치는 행위가 아닌지 서울시 스스로 점검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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