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 길 걷는 삼성, 불확실성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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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밭’ 길 걷는 삼성, 불확실성에 ‘발목’ 잡히나?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6.07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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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재발 가능성…오너리스크까지 겹쳐 최대 위기
중국의 반도체 굴기, 미국 압박 등 불확실성 사상 최대 고조
삼성, 불확실성 속 빛 발한 ‘의사결정력’에 위기…최대 장점 사라져
외신도 삼성 ‘의사결정력’ 최고봉 이재용 리더십 사라질까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미·중 무역분쟁으로 큰 위기를 맞은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심사로 인해 수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8일 구속심사 여부를 놓고 검찰과 열띤 공방을 펼칠 예정이다.

최근 삼성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은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규제로 인해 부품 수급에 위기를 겪었지만, 적절한 대응으로 실질적인 피해는 미미했다. 또 올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핵심 신산업 중 하나인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역시 빠르게 이뤄졌다. 삼성의 이러한 의사결정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력이 크게 빛을 발휘했다.

삼성은 지금도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여 있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은 최근 정부의 대대적 지원 속에서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다. 중앙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지방정부는 줄이어 반도체 투자에 나서는 중이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는 ‘집적회로 중점사업’ 일환으로 반도체 연구단지를 조성한다. 약 2조1300억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중점사업을 진행한다. 또 장시성 간저우시도 전력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만 1조원을 투자한다.

중국은 시스템반도체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수는 2010년 582개에서 2018년 1698개로 급증했고, 정부의 지원 속에서 더욱 확대 추세에 있다.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이 완성되면, 삼성은 최대 수요를 잃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도체 자체 생산능력이 없는 중국의 부품 공급망을 미국이 차단하게 되면, 이러한 반도체 굴기는 시기적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 삼성으로선 빠른 대처와 대응이 필수다.

미·중 무역분쟁의 발단이 됐던 화웨이는 삼성의 ‘5대 매출처’ 중 하나인 VIP 고객이다. 미국의 제재로 미국 장비를 활용해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지 못하게 되면, 삼성전자 DS사업부도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만의 TSMC가 미국 공장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삼성 역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삼성에게 경쟁사의 수요를 빼앗을 기회도 되지만, 미·중 양측에서 압박을 받는 위기이기도 하다.

중국이 손을 댄 산업은 중국 기업의 물량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기술 경쟁력만이 유일한 살길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철강·조선·디스플레이 등의 산업이 있다. 자동차 역시 중국 내에서는 이제 중국 자동차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에서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라 있지만, 중국의 반도체 공장이 양산화를 마치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전세계가 실물경제 악화로 인한 수요 감소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재발은 국제 정세를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외신에서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신할 인물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했으며,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최대 메모리·스마트폰·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삼성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WSJ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세계 최대 기업집단 중 하나인 삼성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며 “이 부회장의 승인 없이는 주요 전략적 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은 진행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블룸버그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스마트폰 사업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에게 유용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이 부회장)를 잃는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에서 말하는 핵심은 결국 ‘의사결정권’이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오너의 부재는 어느 때보다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발 빠른 행보와 시의적절한 결단력으로 삼성을 이끌어온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중국 등 경쟁자가 쫓아오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최근 대기업 중 사회적 가치 실현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 변화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라며,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삼성의 의사결정이 보류되면 우리 경제의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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