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는 유명무실? 검찰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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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는 유명무실? 검찰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강행 논란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6.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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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신청 하루 만에 檢 구속영장으로 맞불
자체 개혁안 심의위를 스스로 ‘무력화’…국민신뢰 깨버려
재계 “검찰 오기가 만든 무리한 법집행 아니냐” 비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검찰이 스스로 만든 수사심위위원회 제도를 무력화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을 한지 하루 만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2018년 검찰이 인권보호 향상을 위해 개혁의 일환으로 스스로 만든 제도다. 검찰의 수사 중립성 확보와 권한 남용 방지가 핵심 취지다. 당시 이 제도 도입배경과 관련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수사 동기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수사 논란 등 문제 제기도 많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면서 검찰 스스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외부에서 검찰개혁 요구가 빗발칠 때마다 검찰이 내세운 자체 개혁을 사실상 저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취지가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인데 이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국민신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수사심의위 절차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의심의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설명대로라면 수사심의위는 사실상 보여주기식의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이냐”며 “피의자는 사실상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이 이렇게 무리한 수사와 무리한 영장을 강행하자 재계에서는 검찰의 특별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검찰 수사와 삼성의 경영행보가 마치 수레바퀴처럼 맞물렸던 일들이 연이어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이 부회장이 대국민 입장문을 밝히자 이 부회장을 조만간 검찰발(發) 뉴스가 나왔다. 지난 2018년에는 이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인도에서 만난 바로 다음날 삼성전자 사무실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특히 검찰이 2018년 심의위를 도입한 이래 수사팀이 심의위 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적은 이번 이 부회장 건이 처음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며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기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에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리 경제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할 시기에 삼성이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부터 수많은 재판과 수사에 기업이 흔들리면서 미래 먹거리 투자 기회를 놓쳤다.

재계 관계자는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하냐”며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중에 삼성이 보인 역할과 기여를 감안하도 이는 국민 여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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