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뛰는 증시…"유동성장세 지속" vs "실적 악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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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뛰는 증시…"유동성장세 지속" vs "실적 악화 부담"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6.0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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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연 저점서 49%↑...역성장·미중갈등 악재도 삼킨 유동성
전문가들 "기업이익 개선 뒷받침 없으면 단기조정 불가피"
유동성을 등에 업은 국내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지수와 환율 등을 모니터하는 모습. 이날 코스피는 장중 219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유동성을 등에 업은 국내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지수와 환율 등을 모니터하는 모습. 이날 코스피는 장중 219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지 일주일 만에 2100선 고지를 뚫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고, 연저점 대비 5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선 ‘유동성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10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고 코로나19의 재확산과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주목할만한 점은 우리나라 증시가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빠른 복원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40~45%의 상승률을 보인 뉴욕 3대 지수 뿐 아니라 일본 니케이225지수(38.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4%), 유로스톡스(37.2%) 등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반등세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가 2100선을 돌파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월 25일 이후 석 달 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연 고점(2277.23)까지 불과 130.23 포인트 남겨둔 상태다.

이같은 지수 상승에는 몇 가지의 배경이 있다. 우선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유동성을 등에 업은 개인투자자들도 증시에 대거 뛰어들었다. 여기에 주도주들이 바통터치를 하면서 지수를 이끈 덕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 역성장 우려나 미중 갈등 고조와 같은 대형 악재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을 기반으로 악재보다 경기 회복 기대나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 같은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미·중 마찰 심화나 미국 폭동 같은 악재가 유동성에 밀려 힘을 못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를 비롯해 소외된 자동차·반도체가 오른 것이 특징”이라며 “기관과 외국인이 개인들이 올려놓은 종목보다는 반도체·구경제 등 빠진 곳에 들어왔기 때문에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주체와 수급이 다양해진 것도 주가 상승에 탄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한 건 네이버, 카카오 등 언택트 성장주의 힘이었고, 2100선을 뚫은 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힘이었다. 

이와함께 개인투자자가 홀로 떠받쳤던 증시에 최근들어 외국인, 기관까지 가세한 것도 랠리의 동력이 됐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거침없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증권가에선 유동성을 등에 업은 증시가 당분간 추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만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는 않아 불안한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고 전망한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예상을 뛰어넘은 상승폭을 보이면서 코스피 ‘고평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년 만에 20배를 넘어섰다. PER은 주가가 해당 기업 주식 한 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고평가돼 있다고 본다. 실제로 코스피의 상승 속도는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을 훌쩍 벗어나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 말 6월 증시를 전망하면서 이달 코스피지수의 밴드 상단을 대부분 2100선 이하로 봤던게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 실적 전망이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주가는 반대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유동성이 증시를 받쳐줬지만 이익 전망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같은 이유들로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됐던 3월과 같은 급락장은 없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강세장을 곧 상승장으로 인식하는데 상승장은 경제, 기업, 주식이 전부 동행해야 가능하다"며 "현재는 그렇지 않아 추세적인 상승장으로 보긴 어렵고 유동성이 강세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을 벗어나서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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