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애타는 홍콩 ELS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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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애타는 홍콩 ELS 투자자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0.06.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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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20% 하락시 ELS發 대규모 손실 우려
홍콩 금융시장 자금유출 가능성…증권가 상황 주시
홍콩국가보안법을 두고 벌어지는 미·중 갈등에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LS의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홍콩국가보안법을 두고 벌어지는 미·중 갈등에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LS의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미·중 갈등 고조 여파가 증권시장을 덮칠 기세다. 홍콩국가보안법을 두고 벌어지는 미·중 힘겨루기에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홍콩 증시가 하락 국면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투자자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4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홍콩국가보안법발 미∙중 분쟁 관련 국내 증권사 ELS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2016년 홍콩H지수 관련 ELS 대규모 손실 사례를 감안하면 홍콩H지수가 현 수준보다 약 20% 낮은 7000대로 하락할 때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H지수는 3일 기준 9967.53이다. 나이스신평이 전망한 7000대가 되기 위해서는 지수가 30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폭락장이 벌어져야 한다.

현재까지 홍콩H지수의 흐름은 안정적이다.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킨 28일 이후에도 홍콩H지수는 하락하지 않았다. 되레 4.35% 급등했다.

그러나, 나이스신평은 국가보안법의 최종 세부 내용과 미국의 추가적인 보복조치 수준에 따라 대규모 자금유출, 주가지수 급락 등 향후 홍콩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재성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 강행에 대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해왔던 관세나 투자, 무역 등에 대한 특별지위를 철회하는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며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격화되면서 헥시트 등 홍콩 금융시장으로부터 자금유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홍콩 시위 이후 홍콩 부자들과 외국인들은 400억달러(약 5조원)의 예금을 홍콩에서 인출했고, 홍콩의 부호 리카싱도 재산의 절반 이상인 17조원을 영국과 캐나다로 옮긴 상황이다.

나이스신평은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홍콩H지수 관련 ELS 익스포저가 비교적 높은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증권사들과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전체 ELS 중 기초자산에 홍콩H지수가 포함된 ELS의 미상환잔액 비중은 55.6%나 된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5월 미상환잔액 규모는 한국투자증권이 3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뒤이어 미래에셋대우(3.6조원), KB증권(3.5조원), 신한금융투자(3.3조원), 삼성증권(3조원) 순이다.

하나금융투자(2.8조원), NH투자증권(2.3조원), 메리츠증권(1.8조원)도 미상환잔액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기적으로는 최근 3년간 홍콩H지수가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2017년말에서 2018년초 발행된 ELS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증권사들은 올해 ELS에서 이미 한차례 손해를 본 바 있어 미·중 갈등 상황을 더욱 주시할 걸로 보인다. 앞서,  대형증권사들은 지난 3월 코로나19로 여파로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들이 급락하며 대규모 마진콜 발생과 헤지비용 증가를 겪은 바 있다.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가 해제되면 중국에게는 자금조달 및 중계 무역항으로서 홍콩의 가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경제제재 시행 시 실물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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