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해마다 뒷걸음…경기절벽에 3만불 수성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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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해마다 뒷걸음…경기절벽에 3만불 수성도 위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6.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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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정점 찍고 낙하...美·中갈등에 강달러까지
한은 "환율 요인 더해지면 3만달러 하회할 수도"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이 하락을 거듭하며 '3만달러 시대'도 붕괴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의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이 하락을 거듭하며 '3만달러 시대'도 붕괴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의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국민소득이 내리막을 거듭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처음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2만달러 시대가 지속되오다 12년만에 이뤄낸 결과였다. 당시 일각에선 4만달러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그도 그럴것이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1960년대 산업화 기틀을 닦은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1977년 1000달러를 돌파했고 1994년 1만달러,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섰다.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20여 개국이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나라(3050클럽)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7개국에 불과하다. 외형상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로면 2017년 이전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글로벌 경제 침체로 올해는 3만 달러 미만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줄이어 내놓고 있는 데다 안전자산인 강(强)달러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이 잠정집계한 지난해 1인당 GNI 3만2115달러(약 3744만 원)는 2018년 3만3564달러(약 3693만 원)에 비해 4.3% 감소한 수치다.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인 2009년(-10.4%) 이후 최대다. 다만 원화 기준으로는 1.4% 증가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비교적 높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원화 약세가 달러화 기준 소득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1인당 GNI는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명목 국민총소득에 통계청의 추계인구와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계산한 값을 말한다.

1인당 GNI는 2017년 3만1734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 3만 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3만3564 달러로 늘었지만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은은 지난 5월 28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0.2% 역성장할 거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최악의 경우 -1.8%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시장에선 3만달러 시대가 붕괴할 거라는 이야기까지 거론된다. 성장률과 국민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뜻하는 GDP 디플레이터가 하락하고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코로나 여파로 극심한 경기침체에다 원·달러 환율 변동 폭 까지 커지면 더 심각해진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5.9% 상승했다. 환율 상승으로 달러화 기준 소득을 끌어 내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와 관련, “GDP 디플레이터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고 명목 성장률 -1%, 원·달러 환율이 6월 이후에도 1250∼1260원으로 유지하며 연말까지 간다고 하면 올해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하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지난해 명목 GDP성장률이 플러스인데도 1인당 GN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환율 요인이 가장 크지만, 여기에 실질 성장률 감소, GDP 디플레이터 하락 등이 합쳐졌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성장만으로도 3만 달러 밑으로 갈 것 같은데 환율 요인까지 더해지면 3만 달러 하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고조는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중 간의 갈등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와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중간의 갈등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환율전쟁’으로 위안화 가치가 본격 하락하면 우리 외환시장도 출렁일 가능성이 높아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국민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의미하는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0.6% 떨어졌다.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으로 역대 최장기 기간이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일본식 불황이 엄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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