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라임 배드뱅크에 강 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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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라임 배드뱅크에 강 건너 불구경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0.06.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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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정리하기 위한 배드뱅크 출범 전부터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판매사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서 있다. 배드뱅크 출범 후에도 소극적 경영으로 투자자 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지난달 라임펀드 판매사 20곳은 배드뱅크 설립이라는 큰 틀에 합의 후 대주주와 출자비율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대주주 자리를 맡는 것은 기업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배드뱅크 관련 부정적 이슈에 첫 이름으로 거론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판단 때문이다.

논의 끝에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 판매 잔액에 비례해 배드뱅크에 더 많이 출자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신한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이 대주주 후보로 떠올랐다. 단일 은행으로는 우리은행의 판매비용이 더 많았으나 신한금융그룹이 대주주를 맡기로 결정했다. 대주주 선정 후 출자 비율도 정해졌다. 총 자본금은 50억원이고, 출자 비율은 신한금융투자가 17.6%, 신한은행이 6.4%, 우리은행이 20% 초반대로 알려졌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출자비율 문제가 해결되며 배드뱅크 출범을 위한 출발선에는 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배드뱅크 출범 전부터 불안한 조짐이 보인다. 대주주인 신한금융이 배드뱅크의 실질적 지배권 행사는 경계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려면 비상장사 지분이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앞세워 배드뱅크의 계열 자회사 편입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식으로 배드뱅크가 출범한다면 라임사태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 배드뱅크 설립이 라임펀드 판매사들과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드뱅크가 금융위기의 소방수로서 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판매사들과 금융당국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배드뱅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넘어온 약 1조6679억원 규모의 부실펀드 자금회수다. 경영 리더십 부재는 더딘 자금화수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원은 배드뱅크가 출범하더라도 투자금 회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매사들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도 했다. 투자자들의 항의 접수 등 골치 아픈 업무를 배드뱅크로 떠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배드뱅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무색하게 하기 위해선 판매사들 간 협의의 차원을 넘어 금융당국의 적극적 중재가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라임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판매사 간 의견을 좁혀야 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배드뱅크 설립 예정일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적극적 개입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 윤 원장이 시중은행 감독 소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뿐 아니라 라임 사태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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