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 된 마이너스 성장...한은 "시간 잴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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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 된 마이너스 성장...한은 "시간 잴 때 아니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5.28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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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출구 안보이는 경기...만장일치 금리인하로 대응
제로금리 시대 본격화...가계·기업 부채 리스크 등 우려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이 두 달 만에 또 다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기준금리 0.50%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발 '제로금리' 시대가 본격화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로금리'라고 말하지만 1% 안팎인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앞서 한은은 임시 금통위까지 소집하며 '0.5%'의 유례없는 빅컷을 단행했다.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고, 이는 불과 두달 전의 이야기다. 그래서 실물경제와 경제지표 악화 속에서도 '설마' 하는 시각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개 상황을 보면서, 관망적 자세를 취한 이후 하반기에나 금리 조정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열쇠를 쥐고 있던 한은은 단호했다.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침체된 경기부양을 위해서라도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주열 총재 "지금이 적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8일 기준금리를 인하(0.75%→0.50%)한 배경에는 경기가 급격히 냉각된 상황에서 굳이 추가 인하 시기를 잴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수출 급감,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 0%에 근접한 물가 등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서둘러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한은은 코로나19발 충격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0,2%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을 공식화 한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엄중한 시기라는 게 한은 내부의 진단이다.

경제지표도 악화일로다. 우선 경제 버팀목인 수출 지표가 나빠졌다. 4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6년 2월(359억3000만달러)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나쁜 수준이다. 수출 부진에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203억달러)도 지난해 5월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다. 이 때문에 경제 성장률 자체도 뒷걸음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 금통위에서는 주식 보유 문제로 제척된 조윤제 위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통위원 전원이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다. 사실상 '만장일치' 결정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전폭적인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기준금리 인하 결정의 배경을 풀이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영향의 장기화로 경제 성장률이 제로(0) 근처로 떨어지고 물가 상승률도 크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시점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실효하한이라는 건 주요국의 금리,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가변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번 인하로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안에 인하는 없겠지만, 시계를 내년으로 넓히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적극 공조에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정부가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예고한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로 경기 부양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효하한 논란 등 부정적 시선도

제로금리 시대 본격화로 향후 관련 리스크도 부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이 발 빠른 대응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그동안 쟁점이었던 '실효하한'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실효하한은 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으로, 중앙은행이 실제로 인하할 수 있는 한계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가 0~0.25%로 사실상 제로금리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0.5%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유출 측면에서 우리나라 실효하한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면서도 "미 연준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리면 실효하한이 달라질 수 있고, 우리의 정책 여력도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가계와 기업부채 리스크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중장년층이 기대여명은 늘었으나 불충분한 노후준비로 자영업에 대거 진출, 사업자금을 조달키 위한 가계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더 낮아지면 주택 구입이나 임차를 위한 가계대출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제로금리 상황에서는 한계기업들이 저금리 대출로 연명할 수 있어 리스크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부실대출이 크게 증가하면 금융안정이 훼손될 수도 있다.

위험자산 쏠림현상과 유동성 함정도 경계 대상이다. 또 장단기 및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기능이 취약해져 금융중개기능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금리가 상당 수준 내려왔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지 않는 한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신용리스크가 있는 분야에서 정부와 협력해 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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