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에 체불임금까지…항공사 간 첫 M&A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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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악화에 체불임금까지…항공사 간 첫 M&A 표류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5.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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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기한 연기
200억 넘는 이스타 체불임금 놓고 줄다리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제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성과 없이 지지부진하다. 표면적으로는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승인되지 않은 탓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을 놓고 양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인수합병(M&A)이 장기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 예정일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 결합심사 승인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발행 예정인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납입일도 기존 29일에서 6월 30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제주항공이 경영악화로 인해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 21일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이중 102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678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각각 사용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회사 운영자금도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가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매각대금(545억원) 중 계약금을 제외한 426억원의 잔금 납부가 남아있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가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향후 투입해야 할 금액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문제도 양사 M&A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한데 이어 3월과 4월, 5월에는 아예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지난 3월 24일부터 현재까지 국내선과 국제선이 모두 ‘셧다운’ 된 여파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이스타항공 체불임금이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해 현 경영진과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이스타항공에 전달했다. 사실상 체불 임금 선해결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자력으로 임직원 급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데다 이스타홀딩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임금 체불을 둘러싼 양사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두 자녀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딱히 급할 게 없는 상황인데다 체불임금을 둘러싼 이스타항공과의 줄다리기가 단기간 해결 되지 않을 분위기라 M&A 작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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