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과 현대의 만남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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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과 현대의 만남이 반가운 이유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05.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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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부 기자
조성준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삼성 측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현대자동차 측에서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상품 담당 서보신 사장 등 그룹 내 주요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두 기업 총수가 공개적으로 1대1 차원의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재계 1·2위 그룹 총수의 흔치않은 회동자리에서 화두는 단연 전기차 배터리였다. 그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전고체(電固體) 배터리’ 개발과 사업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였다.

전고체 배터리는 한자 그대로 고체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뜻한다. 현재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충전해 재사용 가능한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다.

리튬이온 전지는 내부에 전해액이라는 액체가 들어있으며 재생력이 뛰어나 배터리 분야를 평정했다. 하지만 확률은 그리 크지 않지만 폭발 위험이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누수와 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개발만 된다면 미래 배터리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알리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 전망은 2017년 5300만달러에서 2025년 14억80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내 기업이다. 삼성SDI는 발화되지 않는 고체를 사용, 황화물 전해질의 채용, 음극 공정의 대폭적인 간략화로 저비용 실현을 목표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SDI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차츰 높여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SDI는 점유율 6.0%를 기록, 작년 동기간보다 두 계단 뛰어오른 4위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에서는 LG화학에 가려져서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였던 삼성SDI가 어느새 중국 CATL(3위)의 바로 아래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삼성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전략적 인내를 해온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삼성·현대차 회동은 단순히 전고체배터리 사업 구상에 그치지 않고 삼성이 배터리 사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옅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도 그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수소차 중심의 미래차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몇년 새 빠르게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순수 전기차 양산을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하고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E-GMP는 기존 플랫폼의 단점을 보완하고 전기차 특성을 살려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현대·기아차는 설명했다.

아직 두 그룹의 전기차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협력을 시작으로 배터리-완성차 사업을 하는 두 기업의 장기 플랜이 가동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를 넘어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된 두 기업의 전기차-배터리 분야 사업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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