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생사기로 선 항공업계, 누구의 탓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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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생사기로 선 항공업계, 누구의 탓도 아니다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5.2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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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항공업계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누구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NO재팬 운동으로 항공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 시즌을 맞이할 것으로 보였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상황이 돌변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이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들어가면 당연히 인수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물론 추후 인수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이번에 인수를 하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또 다시 기회를 줄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항공업계 생태계나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인수하기로 한 기업들이 약속대로 인수를 하는 것이 좋다. 기업 경쟁력을 생각할 때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 인수되지 못하고 산업은행 관리에 들어가면 대한항공을 견제할 국내 항공사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는 산업은행이 보여 온 모습을 고려하면 짐작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관리 하에 있는 기업을 철저하게 수익 사업 위주로 운영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수익이 나지 않아도 영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지만, 산업은행은 이러한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수익 사업만 남긴다.

최근 사례로 동부제철을 들 수 있다. 동부제철은 산업은행 관리 하에 있을 당시 수익이 나지 않는 모든 사업부문에서 손을 뗐다. 고객사 유지와 장치 산업의 특성인 고정비용 유지 차원에서 가동률 확보가 중요하지만, 산업은행 하에서는 이러한 요소들도 모두 배제됐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역시 산업은행 관리로 들어가면 비수익 노선은 모두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수익 노선 위주로 재편하고, 비행기 운항수 감편을 통해 인원 조정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인원 구조조정을 압박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노선이 줄어들면 유휴 인력들은 휴직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제조업과 달리 한 번 줄어든 규모는 다시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를 강요할 수도 없다. 과거 한화와 대우조선의 사례를 보면 한화의 인수포기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한화는 6조3000억원의 인수금액을 제시했는데 이행보증금만 3150억원이었다. 인수 포기 후 최종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며 이행보증금도 대부분 회수가 가능했다. 당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가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숨겨진 부실이 있을 경우 한화처럼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항공업계 사정은 좋지 않다. 인수 후에도 승자의 저주를 부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NO재팬 운동과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정부와 업계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지 못한 점도 있다.

정부의 항공운송사업면허 남발은 공급과잉을 초래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부가 면허를 남발하지 않았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최근 수년간 항공업계의 무분별한 기단 확장과 노선 확대 트렌드를 감안할 때, 업계 역시 최악의 상황을 자처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면허를 남발한 정부가 작금의 사태가 터진 이후에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긴급 재정지원금으로는 어느 정도 버틸 체력이 있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정도를 제외하면 어느 업체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 국면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여행객의 발걸음을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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