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동학개미'...증권사 수수료 수익 '1조'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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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동학개미'...증권사 수수료 수익 '1조' 벌었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5.20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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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10개사 1분기 수탁수수료 9994억...전년대비 67% 급증
키움 120% 뛰며 수혜 '톡톡'…개인고객 대상 마케팅도 치열
지난 1분기 주요 증권사들이 '동학개미' 들 덕에 수탁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 1분기 주요 증권사들이 '동학개미' 들 덕에 수탁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폭락장 속에서도 주식시장을 지탱하며 고군분투 했던 ‘동학개미’들 덕에 증권사들만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신규 개인투자자의 유입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늘며 국내 증권사의 1분기 수탁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대형 악재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대다수 증권사들이 실적이 급락했지만, 일부 증권사는 동학개미의 유입에 따른 수탁수수료 급증으로 선방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미들 덕 수탁수수료 '껑충'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 10개사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4000억원 이상 급증하면서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은 단연 키움증권이었다. 개인들의 주식과 채권매매에서 발생하는 위탁매매 비중이 가장 높은 키움증권은 지난해 1분기 649억원이었던 수탁수수료가 1년새 140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다른 증권사들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수수료 수혜를 보고 있다. 1년 새 삼성증권은 820억원에서 1490억원으로 81.2% 급증했고, 대신증권은 371억원에서 631억원으로 70.1%로 늘었다.

이밖에 NH투자증권(59.8%↑)과 미래에셋대우(55.9%↑)도 지난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수탁수수료 증가율이 50%를 웃돌았다. 넓게 보면 상위 10개 증권사의 전체 수탁수수료는 지난해 1분기 5983억원에서 올 1분기 9994억원으로 67% 늘어났다.

업계에선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수탁수수료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실제 1분기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0조567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조2244억원의 주식을 각각 각각 순매수했다. 두 시장을 합쳐 무려 24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이 같은 동학개미의 활약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대형악재를 겪은 증권사들이 최악의 실적을 면하게 하는 버팀목이 됐다. 

김현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증권사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부분 운용부문 실적 부진이 실적 저하에 영향을 받았지만, 2분기에는 글로벌 지수 회복으로 트레이딩 및 상품 운용 손익은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려울땐 '개미'뿐...유치 경쟁 사활

한편 '동학개미'들의 저력을 체감한 주요 증권사들은 이들을 자사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올인하고 있다. 

계좌를 개설하면 현금을 주거나 삼성전자등 우량주식을 제공하는 곳도 등장했고, 개인 투자자를 위해 프라이빗 뱅커(PB)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나왔다. 

키움증권은 오는 28일까지 비대면계좌를 처음 개설한 후 1만원 이상 주식을 거래(체결 기준)한 고객 전원에게 ‘투자 지원금’이란 이름으로 1만원을 준다. 비대면계좌를 개설하고 100만원 이상 거래하면 3만원을 지급한다. 비대면계좌는 키움증권과 연계된 15개 은행의 영업점 또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키움증권 영업점(1곳)을 방문해 계좌를 만드는 경우를 제외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계좌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다른 증권사에 입고돼 있는 주식을 옮겨와도 현금을 준다. 29일까지 다른 증권사에 입고돼 있는 주식을 키움증권 계좌로 옮기고 100만원 이상 거래하면 입고 금액에 따라 2만원에서 15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외주식시장(K-OTC),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현금과 함께 삼성전자주식을 내걸며 고객몰이에 나섰다. 5~6월 2개월간 계좌를 신규 개설한 고객에게 1만원의 투자지원금 제공한다. 또 고객이 계좌 개설 당월에 100만원 이상 거래하면 3만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준다. 계좌 개설 후 첫달에 100만원 이상 거래한 고객 100명에게는 삼성전자 주식 1주를, 1명에게는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함께 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6월말까지 국내 주식 수수료를 평생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계좌를 신규 개설하거나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27일까지 주식거래가 없고 계좌잔고가 10만원 미만인 휴면계좌 보유고객이 다시 거래를 시작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개인투자자에게 주식투자 관련 상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프라이빗뱅커(PB)가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개인고객이 많이 유입되면 위탁 수수료 등 수익기반이 탄탄해진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경기침체로 IB 부문 등 기존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여건인만큼 당분간 개인고객을 향한 구애 전략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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