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간결한 판결문, 신뢰성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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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간결한 판결문, 신뢰성 저해”
  • 김승윤 기자
  • 승인 2013.04.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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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민사재판리포트 2013’서 변호사들 우려…“업무경감 차원 접근 절대 반대”

[매일일보]대법원이 1심 민사재판 제도 개선을 위해 ‘판결문 간결화 방안’을 제시했으나 리포트 작성을 위해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오히려 지나치게 간결한 판결문은 재판의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4일 대법원이 발간한 ‘민사재판 리포트 2013’에 따르면, 사법연수원 25기 이상 중진변호사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A변호사는 “업무경감차원에서 판결서 작성에 접근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판결서의 답변적 기능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되도록 판결이유를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판결 이유는 사건 당사자는 물론 법률전문가인 소송대리인을 설득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판결 이유가 지나치게 간결하면 사건 당사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형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B변호사는 “판결서가 너무 간단하면 당사자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변호사는 “판사가 쟁점과 무관하다고 생각한 당사자의 주장이라도 그에 대한 판단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좋다”며 “특히 패소한 당사자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 없으면 일단 항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조언했다.

25기 이하 신진변호사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C변호사도 “쟁점이 많을수록 ‘믿기 어렵다’는 한 줄로 처리하는 판결문이 많은데 수많은 증거조사를 했음에도 판결문이 딱 한 줄로 나오면 당사자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D변호사 역시 “증거의 신빙성을 판단한 이유를 밝힐 필요가 있다”며 “당사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주장하고 증명활동을 했는데 단순히 믿기 어렵다고만 하면 항소를 막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를 설득하기보다 상급법원을 의식한 판결문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변호사는 “판결문이 공방을 한 당사자를 설득하는 글이 아니라 항소심에서 깨지지 않기 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치열하게 다퉜던 쟁점을 피해 판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판결은 굉장히 허탈하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잘못된 기초사실이나 쟁점과 무관한 항목을 지나치게 많이 기재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F변호사는 “판결서에 기초사실을 너무 많이 기재할 뿐만 아니라 승소자가 봐도 틀린 부분이 많다는 게 문제”라며 “그런 부분에서 사법신뢰가 왔다갔다 한다. 당사자가 가장 잘 아는 부분을 건드리면 더욱 신뢰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G변호사 역시 “판단에 비해 기초사실이 너무 자세하다”며 “기초사실은 압축적으로 기재하고 판단과정, 예컨대 왜 이 증거를 믿지 않는지 등에 대한 이유를 자세히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법원은 인터뷰에 참여한 변호사들의 조언을 참조해 판결문을 간결화하더라도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판단 이유를 상세히 기재토록 하는 등 판결문의 소통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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