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용수 할머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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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용수 할머니의 눈물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0.05.1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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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뼈 아픈 일을 꼽으라면 일제강점기의 숱한 고난들, 그 중에서도 여전히 한일 간 증오와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빠질 수 없다. 그런데 불행히도 위안부 문제가 이제 한국 내부의 갈등과 분열까지 부르고 있다.

당초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위안부 단체의 문제점을 고발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상응하는 반성과 참회로 문제가 매듭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의혹의 중심에 선 정의기억연대와 이 단체의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행보는 기대를 벗어났다. 

이 할머니의 주장에 따르면, 그동안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수요집회를 통해 들어온 기부금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거의 쓰이지 않았고, 할머니의 생일 축하금으로 들어온 돈마저 위안부 단체가 동티모르에 기부한다며 거둬갔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10억엔이 지급된 점을 위안부 단체를 이끌던 윤 당선인만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할머니의 주장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윤 당선인이 속한 시민당은 이를 정치쟁점화 했다. 시민당 대표는 이 할머니의 폭로 다음날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할머니의 주변에 계신 분에 의해 조금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시민당 대변인은 대놓고 미래한국당의 사전기획에 할머니가 놀아났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짰다. 이후 정의연은 세부적인 기부금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으면서 회계 부정 의혹 제기 자체를 반대세력의 음해라고 정색을 했고,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는 속사정도 모르면서 부화뇌동 한다는 취지의 가르침을 내렸다. 

정의연이 내놓은 해명의 알맹이만 추려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의 일반 기부수입은 22억1965만5397원이고, 이 중 41%인 9억1144만9945원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쓰였다는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도 정의연은 무조건 자신들의 진심을 믿어달라고 했다. 심지어 "세부내역까지 공개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주장도 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기부내역 등 모든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며 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기부내역을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 누명을 벗게 되면 말끔하게 끝날 일이다. 그렇지 않고 말로만 '믿어달라'고 하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싹튼 의심을 지우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의혹을 벗기 위한 방편으로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위안부 단체와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은 정의와 진실의 문제이지 정치권에서 진영간 세 대결로 결론을 내서는 안될 문제다. 어린 나이에 끌려가 청춘을 지옥 속에서 보내야 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눈물이 계속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사건이 하루라도 빨리 소명되어 이 할머니가 두번 세번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쟁점화가 아닌 투명한 공개와 검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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