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표류하는 키코배상에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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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표류하는 키코배상에 ‘난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5.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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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대구銀, 5차례 연기…“배상 거부” 해석
진척 없는 상황에 피해기업들 ‘희망고문’ 우려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소멸시효가 지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문제를 놓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취임 이후 줄곧 해당 문제 해결을 밀어붙여왔지만, 판매 은행 대부분이 배상 권고안 거부 또는 수용 시한 연장을 요청하면서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윤 원장의 교체설 마저 불거지면서 키코사태가 논란만 남긴 채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대구은행 세 곳의 은행들은 금감원의 키코 배상 권고와 관련해 사외이사 교체 이유 등을 이유로 지난 6일 연기 요청을 했다. 이날은 금감원이 정한 수용 여부 통보 시한으로 다섯 번째 연장 요청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약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작년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현재 분쟁 조정을 수락해 배상금 지급을 끝낸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피해 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법무법인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씨티은행은 일성하이스코 회생절차 과정에서 배상 권고액(6억원)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채무를 탕감한 점 등을 고려했다. 다만 추가 배상 대상 기업 39곳에는 자체 검토 후 적정한 보상을 고려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하나·대구은행의 계속되는 연장요청과 관련, 사실상 배상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해당 은행들이 이미 12년 전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와 검찰 대법원이 은행들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은 종결된 만큼 굳이 나서서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앞서 우리은행만 배상 요구를 수용한 데는 작년에 불거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고객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등을 타개하기 위한 자진납세 성격이 강하다.

공정위는 2008년 7월 키코 계약이 약관법상 불공정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도 2012년 5월 키코 판매 은행의 사기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2013년 9월 불공정성과 사기성이 없었다고 판단, 일부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사실만 인정했다. 이에 따라 당시 23개 기업이 평균 26.4%의 배상 비율로 총 105억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윤 원장이 DLF·라임·키코 사태 등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교체설’ 마저 불거지자 윤 원장 말에 힘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달 29일 2주년 취임간담회에서 “(키코 문제는) 10년 이상 끌어서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며 “이걸 정리하고 가는 게 한국 금융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주장, 배상 권고안 수용을 독려한 바 있다. 

현재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여러 고위 공직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윤 원장은 2018년 5월에 취임, 1년의 임기가 더 남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기한을 연장해서라도 최대한 해결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진척없는 상황에 키코 피해기업들이 ‘희망고문’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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