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돌입?…신한·하나·대구銀, 키코 배상안 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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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돌입?…신한·하나·대구銀, 키코 배상안 또 연기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5.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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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연장 요청…흐지부지 마무리될 가능성↑
12년 전 종결된 사건…주주이익 배치 등 반론도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가 신한·하나·대구은행의 다섯 번째 분쟁조정안 연장 요청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작년 말 금융감독원이 키코 배상 권고를 내렸지만, 현재까지 계속 미뤄지면서 일각에서는 키코 사태가 논란만 남긴 채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하나·대구은행 세곳의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키코 배상 권고와 관련해 연기 요청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금융감독원이 정한 수용 여부 통보 시한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키코 배상안 관련 논의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최근 사외이사가 바뀌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사회 개최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이사회 구성원이 바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키코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구은행 역시 분쟁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지 못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분쟁 조정을 수락해 배상금 지급을 끝낸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피해 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법무법인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씨티은행은 일성하이스코 회생절차 과정에서 배상 권고액(6억원)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채무를 탕감한 점 등을 고려했다. 다만 추가 배상 대상 기업 39곳에는 자체 검토 후 적정한 보상을 고려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하나·대구은행이 다음달에도 배상 수용 여부 결정을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12년 전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와 검찰 대법원이 은행들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은 종결됐기 때문에 이들 은행들 입장에서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008년 7월 키코 계약이 약관법상 불공정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도 2012년 5월 키코 판매 은행의 사기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도 2013년 9월 불공정성과 사기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일부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사실만 인정했다. 이에 따라 당시 23개 기업이 평균 26.4%의 배상 비율로 총 105억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게다가 금융 당국 측에서 분쟁조정 결정을 내린 건 4개 기업에 대한 배상(250억원)이지만, 만약 나머지 150개에 달하는 기업들도 분쟁조정 절차에 들어갈 경우 액수는 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밖에 이번 배상을 통해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상품에 은행이 배상을 해주는 게 당연시되는 점도 문제다. 선례가 생긴 만큼 파생상품으로 손실을 보면 무조건 은행 책임이라는 인식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주주 입장을 살펴야 하는 은행에겐 배상 자체가 경영상 신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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