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에게 ‘국민행복기금’은 경쟁자?
상태바
로펌들에게 ‘국민행복기금’은 경쟁자?
  • 김승윤 기자
  • 승인 2013.04.07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인회생 고객 뺏길라 무리한 호객행위에 거짓말 등 반칙도 불사

[매일일보]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신청 시작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개인회생 사업으로 톡톡한 수입을 얻어온 법무법인(로펌)들이 ‘개인회생 호객행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로펌은 행복기금 접수가 시작되면 개인회생 판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개인회생을 이용한 빚 탕감을 부채질하는가 하면 국민행복기금 도입이 개인회생 절차를 더 까다롭게 만들거라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등 거짓말까지 불사하고 있다.

개인회생·파산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H 법률사무소는 7일 홈페이지에 “개인회생은 행복기금보다 강력한 구제제도라는 것을 채무자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공지를 띄웠다.

이 법률사무소는 “행복기금은 채무감면율이 최고 50%지만, 개인회생은 90%까지 면책 받는다”며 “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연체해야 하지만, 개인회생은 3개월만 이자를 안 내면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M 법률사무소는 “빚이 2천만원을 넘으면 행복기금이 개인회생보다 결코 유리한 조건이 아니”라며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자는 행복기금의 50% 이하 채무 감면율로는 어림도 없다. 저소득자는 면책을 받아도 나머지 채무를 해결하는 데 최소 8년은 걸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행복기금 출범을 앞둔 올해 1~2월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는 1만68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3710명보다 3152명(23.0%) 증가했다.

특히 행복기금이 출범한 지난달부터 중소형 로펌을 중심으로 앞다퉈 개인회생과 행복기금을 비교·상담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개인회생 신청을 유도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올해 들어 개인회생 신청건수가 급증한 배경에는 국민행복기금 출범으로 먹을거리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로펌의 우려와 조금이라도 빚을 더 탕감받으려는 고객의 바람이 깔려 있다.

일부 개인회생·파산 전문 로펌은 행복기금 신청이 시작되면 개인회생 인가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허위 정보까지 퍼뜨리며 일종의 ‘절판 마케팅’ 식 행태까지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개인회생의 면책률이 더 높고 빚을 감면해주는 대상도 넓지만, 불리한 정보가 더 오래 남아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채무자는 무엇이 더 유리한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변호사는 “개인회생 신청은 건당 ‘120만원 플러스 알파’의 수입을 챙긴다”며 “행복기금 접수가 시작되면 고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복기금이 출범한 지난달 29일 이후 ‘1397 서민금융 콜센터’에는 행복기금 관련 문의가 하루 평균 6천~7천통씩 들어와 상담인력을 늘려야 할 판이다.

개인회생은 연체 기간에 관계없이 담보채무는 10억원 이하, 무담보채무는 5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원금의 90%까지 감면해준다. 감면받고 남은 채무도 통상 5년간 갚으면 면책되며, 사채까지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행복기금은 올해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연체한 1억원 이하 채무에 한정되는데다 감면율은 최고 50%다. 남은 금액은 10년에 걸쳐 나눠 갚아야 하고, 금융회사와 대부업체 채무만 조정받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행복기금은 2년이 지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개인회생은 5년간 ‘관리대상자’ 기록이 남아 각종 불이익을 받는데 로펌들이 이런 점은 숨기고 있다”며 “신청 절차도 개인회생이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을 이용하면 사채까지 면책 판정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단순히 서류상 법적 효과를 의미할 뿐이지 각종 협박과 폭력을 동원한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로펌은 잘못된 정보로 채무자를 유혹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행복기금 운영 기간에는 개인회생 판정을 받기 어려워진다’거나 ‘행복기금 신청에서 탈락하면 개인회생도 받지 못한다’는 광고 문구다.

J 법률사무소는 “행복기금이 본격 시행되면 개인회생 허가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하루빨리 개인회생으로 채무의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선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행복기금 심사에서 떨어지면 개인회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행복기금을 지원받고 나서도 얼마든지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다”며 “회생·파산 변호사들이 채무자를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회생 권고하는 로펌 백태
일부 로펌, 허위 정보로 채무자 호도까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30대 A씨는 저축은행 1곳과 대부업 2곳에 모두 2천만원의 빚이 있다. 반년 가량 이자를 갚아오다 집안 사정이 더욱 악화돼 지난해 7월부터 연체가 시작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부담과 계속되는 독촉 전화에 지친 A씨는 개인회생이나 행복기금 신청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S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렸다.

로펌 관계자의 말은 간단했다. 두 제도 모두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개인회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고객님 같은 경우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60% 가량을 탕감받고 나머지 금액은 5년간 갚으면 되지만, 행복기금으로 가면 최대 50%를 받고 나머지 금액은 10년에 걸쳐 갚아야 하는데다 이자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빚이 7천만원이고 연체기간이 1년이라는 한 상담자의 고민에 H법률상담소는 “개인회생은 행복기금보다 인가요건이 덜 까다롭고 변제기간도 짧다”며 개인회생 신청을 유도했다.

일부 개인회생·파산 전문 로펌들은 좀 더 노골적인 광고문구로 채무자를 유인한다. 행복기금이 출범하면 개인회생 인가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지금이 개인회생을 신청할 ‘적기’라는 식이다.

H 개인회생·파산 전문 컨설팅업체는 “행복기금은 장기 연체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특정 계층이 아니면 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행복기금에서 탈락한 사람이 개인회생으로 몰리면 앞으로 인가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선전했다.

M법률사무소는 “행복기금은 50%의 감면혜택을 받고도 나머지는 계속 갚아야 한다”며 “장기 연체자는 수입이 있더라도 변제능력이 떨어져 이런 제도로는 (빚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림도 없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