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도로아미타불'된 일회용 친환경 정책
상태바
코로나로 '도로아미타불'된 일회용 친환경 정책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4.12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 전문점에선 텀블러조차도 NO, 일회용 컵 늘어
언택트 소비에 택배·식품 포장 일회용 쓰레기 증가
코로나 이후 규제 다시 잘 지켜질 수 있나 의문
전문가 “지구온난화 요인도 있는데 환경오염 걱정”
스타벅스에서는 한시적으로 텀블러 대신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김아라 기자.
스타벅스에서는 한시적으로 텀블러 대신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커피 전문점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이후 텀블러를 애용하게 된 직장인 A 씨(34)는 최근 스타벅스에서 텀블러를 들고 음료를 주문했지만, 직원의 “코로나 때문에 텀블러는 안된다”는 말과 함께 할인은 해주는 대신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줘 어리둥절해야 했다.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을 이유로 일회용 컵 등이 우리 생활 속에 다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애써 쌓은 친환경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에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카페 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부쩍 많아졌다. 타인이 입을 댄 머그잔은 깨끗하게 씻더라도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나면서다.

그동안 커피전문점들은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2018년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중단했다. 매장 안에서는 머그컵 외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잠깐 머물다 가더라도 머그컵 사용을 권장해 왔다. 실제로 일회용 컵 사용량은 급감했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18년 7월 206톤에서 2019년 6월 51톤으로 75% 줄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환경부가 코로나19 전파 우려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19 위기 경보 ‘경계’ 해제 시까지 과태료 대상이었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탐앤탐스·이디야커피 등 커피 전문점은 고객이 요청하면 음료를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개인 컵 이용이 170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일회용품 줄이기에 앞장섰던 스타벅스는 텀블러를 지참해도 일회용 컵에 음료를 주고 있다. 개인 텀블러를 받아 직원이 음료를 제조하는 사이에 오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곱절로 늘어난 음식 배달과 식료품 배송 시 사용되는 포장용 일회용품 사용량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지난 2~3월 식품·식료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324%나 늘어난 것은 포장용 일회용품 역시 많이 사용됐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회용 컵과 포장용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는 현재, 이에 대해 누구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지금,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우리는 일회용품의 거대한 무덤에 둘러싸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애써 공들여 쌓은 친환경 규제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회용품에 대한 경각심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한시적인 대처라고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문가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신종 감염병은 기후변화, 환경 문제와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면서 “코로나19는 종식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사용한 일회용품은 500년 이상 남아 우리 자신과 지구상의 동식물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만큼 감염 예방도 중요하지만 환경 문제가 뒷전이 돼선 안 되고 이에 대한 중장기적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