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에 불안한 PF대출… 중소건설사 연쇄 부도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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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에 불안한 PF대출… 중소건설사 연쇄 부도 ‘경고음’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4.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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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건설사들, 대부분 부동산 PF 통해 자금 조달
부동산 침체로 미분양·잔금 연체로 부실위험 가중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지방 중소건설사들이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유동화증권이 건설업계 최대 잠재적 위험으로 떠올랐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PF-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는 총 23조4309억원에 달한다.

당장 이달에만 약 10조6000억원이다. 증권사 PF대출은 일반적으로 금융사에서 PF대출 채권을 넘겨받은 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행된 유동화증권에 채무보증을 서주고 2~4%대 수수료를 챙긴다.

금융사는 이를 단기금융시장에 유통시켜 일반 금액의 자금을 회수한다. 이때 매수자가 없으면 증권사에서 인수하는 구조다. 회계상 채무에서 제외돼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신용도가 낮은 중소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창구였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채권유통시장이 경색된 데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자금의 선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PF-ABSTB 4건이 만기였지만 차환발행에 실패해 보증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자체 자금으로 매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이나 할인 분양, 입주자의 잔금 연체 등으로 대출받았던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건설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모두 연쇄 부실이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계에서 돈줄을 옥죄기 시작하면 중소건설사들은 사실상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탓에 영업이익 흑자에도 부도가 나는 이른바 ‘흑자부도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공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준공 후 미분양은 2016년 말 1만 가구에서 지난해 10월 말 1만9000가구로 늘었다. 경남, 강원, 경기, 경북, 충남, 부산 등의 미분양이 전국의 80%를 차지한다. 이를 고려하면 지방 중소건설사들이 특히 위험하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도 미분양이 출발점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시행사와 건설사들의 도산이 줄을 이었고 결국 PF대출을 해줬던 저축은행으로 문제가 번졌다. 

당시 삼화상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같은 해 15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다. 다음해에도 미래저축은행과 업계 1위던 솔로몬저축은행을 포함해 총 5곳이 차례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 PF대출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를 보면 당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상품 연체율은 25.1%였다.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공사현장이 멈췄고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더욱 침체하면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청약에 당첨된 이들은 계약을 포기할 것”이라며 “몇 개의 사업장과 건설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사와 증권사로 전이, 업계 전체로 위험이 퍼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건설업계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위기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는데 정부에선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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