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은행권 여성임원 확대…지방은행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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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은행권 여성임원 확대…지방은행 더 심각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4.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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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女임원 고작 9명…신한 제외 나머지 변화 無
대구·전북·광주·제주銀, 단 1명도 없어…유리천장 더 두꺼워
4대 시중은행 및 6대 지방은행 여성임원 비율. 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기준.
4대 시중은행 및 6대 지방은행의 2017년~2019년 여성임원 비율. 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은행들이 최근 수년째 여성 임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 유리천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6개 은행 중 절반 이상이 지난 3년간 여성임원을 선임하지 않는 등 보수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의 상무 이상 여성임원(사내·사외·비상임·미등기상근) 비중은 총 121명 중 9명으로 7% 안팎에 그쳤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여성 임원 0%를 유지하던 신한은행은 작년 처음으로 2명의 여성 미등기 상근 임원을 등용했지만 이는 전체 33명 중 6%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여성 임원 수를 3명으로 유지했으나 비율은 2017년 15%, 2018년 12.5%, 작년 11%로 줄었다. 해당 기간 동안 여성임원 수는 변동이 없었지만, 남성임원 수는 2017년 17명에서 작년 23명으로 5명 늘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각각 3%에서 지난해 6% 수준으로 소폭 올랐지만 두 은행 모두 남성 임원 29명 중 여성 임원은 고작 2명이었다.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주은행 등 6개의 지방은행 유리천장은 시중은행보다 더 견고했다. 총 남성임원 143명 중 여성임원은 2명(부산은행 1명, 경남은행 1명)에 그쳤다. 특히 대구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은 지난 3년간 여성임원이 단 1명도 없었다.

광주은행의 경우 2017년과 2018년에 1명의 여성임원이 있었으나 작년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대구은행과 제주은행은 올해 여성 임원을 각각 1명씩 신규 선임하며 ‘여성 임원 0%’라는 오명은 벗어났지만 전체 남성임원 비율과 비교 시 각각 4%, 7%로 여전히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여성 임원 비율이 이처럼 낮으면서 전체 남녀 직원 평균 급여액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작년 4대 시중은행들의 1인 평균 급여액은 남성 근로자가 1억1575만원, 여성 근로자가 7700만원으로 남성 근로자가 여성 근로자보다 33%가량 더 높았다. 같은 기간 6대 지방은행의 1인 평균 급여액 역시 남성 근로자(1억416만원)가 여성 근로자(6716만원) 보다 35%가량 많았다.

현은주 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모든 은행사 내 최고관리직의 여성 임원 등용은 전혀 없다”며 “이는 최고 관리직에 도달할 때까지 노동시장에서 머무는 여성 근로자의 수가 적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충분한 성과와 자질이 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이 저평가됐을 가능성 역시 있다”고 지적했다.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각 금융사들은 여성 임원 비율을 점차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22년까지 여성부장급을 10~15% 이상, 부부장급은 20~45% 이상까지, 국민은행도 같은해까지 여성 부점장급을 2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지주는 여성 고위자 관리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 대상 그룹사를 기존 4곳에서 8곳으로 늘리고, 2022년까지 과장급 이상의 여성 관리자 비중을 24%까지 높일 계획이다.

다만 여성 임원 비율이 확대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성 중간관리층이 충분히 형성돼야 향후 고위직 여성 비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 연구원은 “유리천장을 깨고 중간관리자로 이동하지만 최고 위치까지 도달하는 데 다시 한번 유리천장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직급의 단계별로 승진이동 가능성이 다르다면 단계별 유리천장을 형성하는 요인들을 분석해 이를 반영한 개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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