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강남·송파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추락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호가가 ‘억’ 단위로 주저앉았고 실거래가는 호가보다 더 낮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사태가 진화되지 않는다면 투자성을 띈 재건축 매물은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호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단지 전용 82㎡는 지난달 17일까지만 해도 23억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같은달 20일 호가가 22억500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25일 22억3000만원, 27일 2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달 21일에는 21억8000만원을 호가하는 매물이 나오며 ‘22억’선이 붕괴됐다. 25일에는 13층이 21억2000만원에 나왔고 28일에는 6층이 21억원을 호가하며 ‘21억’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용 76㎡ 호가는 19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21억원이었던 호가는 24일 20억5000만원으로 조정된데 이어 지난 17일 20억1000만원, 21일 19억8000만원, 24일 19억5000만원으로 추락했다. 28일에는 9층 매물이 19억원에 출하됐다.

실거래가도 하락세가 완연하다. 지난해 12월 24억34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전용 82㎡ 실거래가는 지난 2월 20억8400만~21억9425만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용 76㎡의 실거래가도 21억5560만원에서 18억4060만원으로 3억원 이상 급락했다.

송파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월초에 급매가 다소 소진되며 반등하나 싶었지만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며 시장이 얼어붙었다”며 “공시가격 인상도 겹쳐 다주택자들이 조급해하고 있다. 여분의 주택 처분 방안을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주요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도 하락세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초 20억원대 급매물이 모두 소화되며 23억원 선으로 호가를 회복했다. 하지만 ‘잠실주공5단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과 공시가격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호가가 주저앉았다. 26일 기준 이 단지 전용 84㎡ 급매물은 20억9000만원을 호가한다.

호가가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최고가(23억5000만원)에 비해 2억6000만원이나 떨어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강남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20억9000만원에도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매수자 대부분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20억원까지 내려가도 매수세가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5월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급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산세 부과일이 6월 1일,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가 6월 30일까지다. 다주택자가 두 혜택을 동시에 받으려면 그전에 여분의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인상으로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인 만큼 4월초까지 급매물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재건축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투자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경제가 위축,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매물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보면 집값이 20~30%는 우습게 빠졌었다”며 “코로나발 경제위기도 장기화된다면 앞으로 집값이 10~20%는 더 빠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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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fuego@m-i.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