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은 끝났다
상태바
‘부동산=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은 끝났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3.26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 위기 땐 부동산 위험자산으로 전락
위기 극복 이후에도 활황 기대하기 어려워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 탓에 가격과 환금성이 동반 하락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경기가 회복돼도 부동산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룸버그에서 14개 경제분석기관과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이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3%로 집계됐다. 이 확률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지난 1월만 하더라도 18%에 불과했다.

불과 2개월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행은 다음달부터 석달간 금융기관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 매주 1회 환매조건부채권(RP)를 매입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동원되지 않았던 방법이다.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현재의 경제 위기를 얼마나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선 부동산 등 위험자산을 정리하고 현금 유동성을 높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제 심리가 얼어붙어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늘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릴 것으로 봤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현금마련을 위해 집을 파는 때가 오면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될 거라는 설명이다. 신규분양도 영향을 받아 대거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경제 위기를 넘어서도 부동산시장이 과거와 같은 장기 호황을 누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7년과 2018년 한국은행은 한 차례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전제조건은 유동성이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자연히 유동성은 축소된다. 부동산시장은 침체하겠지만 우리 경제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소비를 통한 내수 진작 효과는 물론이고 경제 뇌관인 가계부채 구조개선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근로 의욕을 감소시켜 정상적인 경제 활동보다 투기에 몰두하는 사회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일각에선 ‘10년 주기설’로 결국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은 올해 72.1%(3757만명)에서 2030년 65.4%(3395만명)로 2040년 56.3%로 급격하게 줄어들 예정이다.

이는 유동성 감소로 귀결된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선 1990년대 초반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부동산 거품 붕괴가 맞물려 여전히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비슷한 점이 많다 보니 큰 틀에서 일본 모형을 보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은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다만 단기 폭락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장기간 하향 안정화시켜 일종의 연착륙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칫하면 부동산 부양책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큰 만큼 보다 세밀하고 촘촘하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웬만한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