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재난기본소득’보단 생산기반 지키는데 돈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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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재난기본소득’보단 생산기반 지키는데 돈 써야 
  • 송영택 기자
  • 승인 2020.03.23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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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택 산업부장
송영택 산업부장

[매일일보 송영택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대면접촉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관광 등 서비스업과 수출로 먹고 사는 기업들이 부도나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자영업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51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앞서 전주시는 기준중위소득 80% 이하에 해당하는 5만여명에게 3개월동안 52만7000원을 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117만7000가구에 월 30만~50만원을 ‘재난긴급생활비’로 지급하려 하고 있다. 강원도는 소상공인·실직자 등 30만명에게 1인당 4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4월 총선을 앞둔 여당과 소속 단체장들은 돈 쓸 명분 찾지 못하다가 커다란 명분을 확보했다는 듯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여기에 미국과 EU,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1인당 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고 있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효과적이라는 메시지까지 나오자 정치권의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은 실효성, 재원조달방법 등의 측면에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번 경제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것이 아니라 전염병 감염의 공포로 대면접촉과 국내외 이동의 제한에서 기인한 소비위축과 수요하락에 따른 실물경제위기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코로나19가 언제쯤 글로벌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진입할지 좀처럼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금을 지급해 소비심리를 끌어 올리겠다는 정책이 효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기축통화국 미국과 일본은 통화량 증대에 따른 후유증을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대한민국은 엄격한 통화 관리와 정부의 재정건전성 유지가 절실한 나라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교수는 “기본소득제공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우선적으로 자영업자와 건강한 기업들이 자금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충분하게 자금을 긴급하게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한의 생산기반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보증한도를 높이고 신용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차상위계층 등 국가 차원의 돌봄이 필요한 곳은 사회공적부조를 통한 핀셋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지금이라도 한·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외화수급을 안정화시키고, 기업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주고, 소득주도경제정책을 폐기하는 방향의 경기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무식한(아니면 사악한)자가 사내유보금이 회사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돈 걷어서 지 멋대로 정책자금 뿌리는 것보다 법인세 인하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의 법인세는 지난해 이익에 준해서 금년에 내야한다. 지금 전세계 경제가 멈추어서서 운영자금이 없고 매출이 매마르는데 지금 내야하는 법인세 면제나 삭감 요구가 그리 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현금살포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야당도 표심 걱정에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현실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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