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뿌려도 안 통한다…금융시장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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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뿌려도 안 통한다…금융시장 시계제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3.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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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등 주요국 '헬리콥터 머니' 정책도 무용지물
'코로나 공포'가 극단적 현금화 '패닉 셀링' 부추겨
전문가들 "회사채 직접 매입 등 중앙은행 개입해야"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팬데믹 대폭락'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팬데믹 대폭락'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이 정도면 '백약이 무효'다. 한국시간으로 19일 하루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조2000억 달러(약 1500조원) 현금을 쏜다 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7500억 유로(약 1000조원)어치 기업어음(CP)을 사들여 돈을 푼다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무용지물이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는 어김없이 폭락장을 연출했고, 코스피는 11년만에 1500선이 붕괴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며 공포심만 키우는 중이다. 그로 인한 충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

각국 정부가 국가 봉쇄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심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아낌없이 푼다" 곳간 연 세계

미국 상원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코로나19 무료검사, 실업보험 강화, 취약계층 식품 지원, 유급 병가 등이 포함된 긴급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AFP통신은 이번 예산안 규모가 1000억달러(123조 원) 규모라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은 유급 휴가 조항만 해도 10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피해 지원을 위해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안을 추가로 처리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이는 미국인 1명당 1000달러(120만원) 현금 지급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영국 정부도 지난 11일 300억 파운드(약 45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데 이어 17일 위기에 빠진 기업을 위해 3300억 파운드(약 496조 원) 규모의 대출 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 15%와 맞먹는 규모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스페인은 17일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총 2000억 유로(274조 원) 규모의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2000억유로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가운데 절반인 1000억유로가량이 기업에 대한 긴급 대출에 쓰인다.

소비 진작을 위해 국민의 주머니에 현금을 직접 꽂아주려는 계획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 정부에 이어 우리 정부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논의 중이고, 일본 정부도 자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홍콩은 지난달 26일 만 7년 이상 거주한 모든 성인 영주권자 700만명에게 1인당 1만 홍콩 달러(약 155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만은 지난달 27일 600억 대만 달러(약 2조400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확정하면서, 피해 업종·직원에 대한 바우처 지원에 404억 대만달러를 배분했다.

싱가포르는 21살 이상 모든 시민권자에게 소득과 재산에 따라 최고 300 싱가포르 달러(약 26만 원)를 현금 지원하기로 했다. 호주는 오는 31일부터 650만명의 연금·실업급여 수급자에게 1인당 750호주달러(약 58만 원)의 일회성 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중앙은행 더 강력한 개입 필요"

문제는 각국의 동시다발적인 부양책과 현금성 지원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미국 CNN 방송은 “최근 며칠 사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내놓은 경기 부양 대책은 유례가 없는 대규모 조치”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각종 봉쇄 대책이 가계와 기업 경기에 타격을 줬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특히 불확실성 지속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이든 안전자산이든 상관없이 매도를 통한 극단적인 현금화에 나서게끔 부추기고 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짐 캐론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사람들이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금은 현금이 왕이라 현금 조달이 가능한 것을 팔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는 유동성에 대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국면에서 더 큰 타격을 우려한 시장이, 팔릴 수 있는 자산이라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매도하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패닉 셀링을 진정시키려면, 회사채 스프레드의 진정을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더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 경색 상황에 대한 우려를 거두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은 19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7500억 유로 규모의 국채 및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ECB는 성명을 통해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은 코로나19 위기단계가 끝났다고 판단할 때까지 지속한다며 프로그램 종료 시기가 올 연말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회사채 매입’ 결정도 빠르게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어떻게 바닥을 치고 회복됐는지를 분석하면서, 2009년 연준이 양적완화를 선언한 이후 문제의 핵심이었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반등했다는 데 주목했다. 조 연구원은 “이 상황을 현재에 적용해보면 연준의 기업어음(CP)매입 이후에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하이일드 채권을 연준이 매입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주가가 바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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